크렘린놀로지(Kremlinology). 냉전시대에 생긴 용어다. ‘소련제국의 권부’(Kremlin)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그 문제를 파고드는 연구학이라고 할까.
그런데 말이 학문이고 실상은 암호해독 작업 같은 게 크렘린놀로지였다. 철의 장막이 굳게 드리워 있었다. 그러니 크렘린이 발표한 성명서나 분석하고, 정치국원들이 도열한 사진이나 보면서 어렴풋이 소련당국의 의중을 파악해 내는 게 고작이었다.
김정은이 서방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이복형을 독살했다. 6차 핵실험을 앞두고 있다. 그 김정은 체제는 매주 한 번 이상 꼴로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김정은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나. 관심이 높을 수밖에. 그런데 수령유일주의 체제를 둘러싼 장막을 좀처럼 뚫을 수가 없다. 1930년대 스탈린의 행적과 비교하면 뭔가 해답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후버연구소 폴 그리고리 연구원이 던진 화두다.
‘극도의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했다. 특히 권부의 이너서클 멤버를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스탈린과 김정은이 보이고 있는 공통점이다. 때문에 스탈린 연구는 김정은 행태 파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스탈린 하면 떠올려지는 것은 ‘피의 대숙청’으로 1934년에는 소련공산당 중앙위 위원 중 70%가 처형됐다. 유독 처형빈도가 높은 사람들은 군 간부, 비밀정보국 요원 등 무력동원이 가능한 사람들이었다.
이처럼 이너서클 멤버를 마구 처형하면서 암살을 모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권좌에 도전을 하기보다 처형을 모면하기 위해 암살이나 쿠데타 감행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이하게도 스탈린 시절 쿠데타나 암살기도는 없었다.
어떻게 가능했나. 극도의 공포정치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아예 그런 생각을 품을 수도 없을 정도로 철저한 탄압을 가했다. 이너서클 멤버들의 사적인 모임도 범죄로 규정했다. 그리고 충성심을 테스트하기 위해 때로는 부하들의 와이프까지 처형했다.
또 3족을 멸한다고 할까. 그럴 정도로 한 번 반당분자로 찍힌 사람은 수용소 유배 등을 통해 철저히 분리, 고립시켰다. 이런 점에서 스탈린은 ‘쿠데타 방지의 달인’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 평가에 걸맞게 끝까지 권좌를 지키다가 병으로 죽었다.
‘김정은은 스탈린이 남긴 교본을 따르는 것 같다’- 북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런데 차이점도 발견된다. 많은 사람들을 처형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스탈린은 가급적 그 사실을 은폐하려들었다. 김정은은 정반대다.
처형 방법에서도 차이가 발견된다. 고사포로 몸을 박살내고 산채로 화형 시키는 등 김정은의 수법이 더 야만적이라는 점이다.
김정은은 그러면 스탈린처럼 삶을 마감하게 될까. ‘글쎄…’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후버연구소 보고서도 비슷한 전망을 했다. 전후 세계의 독재자들은 대부분 측근들에 의해 암살되거나 축출됐다는 사례를 열거하면서. 김정은이 그런 운명을 맞는 날이 곧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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