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아, 아버지 돌아가셨다
기차가 고향역 들어설 때
누이는 연하고 붉은 말을 전했네
얼마나 어루만졌을까 물렁물렁한 한 마디
식구들 돌아가며 볼 비빈
따뜻하고 반질한 말 받쳐 든 손끝이 먼저 우는지
가늘게 떨렸네 우리 다 함께 살던 옛집
창호에 놀처럼 가라앉는 말 혀를 빼고
의자에 박혀 있다가 보았네 식구(食口)들 둘러앉아
꾸역꾸역 먹어치워야 할, 열리면서 익어버리는
부음의 열매 오로지 하늘 무너지는 순간
벼락처럼 열렸다가 우리가 발음하기 전에 이미
잠들어 있는 말 잠들었어도
어쩌자고 불씨처럼 안고 다니는 그 말
박지웅 ‘홍시’ 전문
시를 읽는 것은 슬픔을 알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슬픔의 슬픈 쪽이 아니라 슬픔의 아름다운 배후를 알기 위해서 말이다. 울음을 삼킨 부음이 고요하고 부드러워 더 슬픈 이 짧은 시 속에서 시인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받아 쥐고 있다. 망설이고 주저하며 마침내 전해온 부음에는 사랑으로 주물러진 인간의 고(苦)가 홍시처럼 담겨있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슬픔은 얼마나 깊은 길을 걸어왔을까. 건드리면 터질 듯, 익고 익은 슬픔, 소리도 없이 가슴에서 불씨처럼 울고 있다. 임혜신<시인>
<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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