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수립은 국가 예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사용하느냐를 결정하는 행위다. 그런 만큼 국민들이 낸 세금을 그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잘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다. 그래서 정책결정은 우선순위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정책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면 그 돈으로 할 수 있었던 많은 다른 일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정책 결정뿐 아니라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한 가지를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가장 좋은 대안의 가치를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라 부른다. 이처럼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안타깝지만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게 선택의 본질이다.
그러한 선택이 모두가 수긍하고 인정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기회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라크 전쟁에 들어간 천문학적 액수의 전비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지난 2008년 한 광고회사 직원이 쓴 ‘이라크 전쟁에 부은 1조 달러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1조 달러라는 돈이 얼마나 큰 것인지 사람들이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책을 쓰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 책에 따르면 1조 달러의 돈으로는 ▲지구상 모든 사람들에게 애플의 아이패드 제공 ▲미국 고속도로를 25.3k 금으로 포장 ▲모든 미국학생들에게 무료 대학교육 제공 ▲모든 미국 노인들에게 뷰익 자동차 무료 제공 등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니 부시 행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전쟁에 쏟아 부은 것인지 좀 더 확실히 피부에 와 닿는다.
미국에 이라크 전비가 있다면 한국에서 비슷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4대강 사업에 들어간 22조원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은 혈세 탕진과 수질 악화를 둘러싼 끝없는 논란에 휩싸여 왔다. 이런 논란은 당연히 22조라는 천문학적 예산의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저소득층 지원, 대학생 무료교육,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이 돈만 있다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착취 수준에 가까운 사병들 봉급을 대폭 올리고 열악한 처지의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는 일도 얼마든 가능하다.
마침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결정되고 시행된 과정의 졸속성과 완공 이후 환경문제 등을 고려할 때 4대강 사업이 과연 합리적인 정책 선택이었느냐에 대한 면밀한 감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는 후대를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혈세를 마치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정책들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결과와 관련해 ‘통치행위’라는 주장이 면죄부가 되는 일도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권력의 사용에는 그만큼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정책감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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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4대강과 자원외교가 가져온 손해는 이미 엄청나죠
그럼 문가와 박원숭이는? 그들이 나라에 입히는 손해는 상상을 조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