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숱한 화제를 남기며 끝났다. 뜨거웠던 투표참여 열기와 5명의 주요정당 후보들이 단 한사람도 중도사퇴하지 않고 완주한 선거였다는 점이 특히 화제가 됐다. 이번 장미대선에는 이 후보들 외에도 8명의 군소후보들이 명함을 내밀었으며 이 가운데는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나선 골수 친박 조원진 의원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탄핵 정국 속에서 “자유한국당에 실망한 애국국민”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 4월 만든 당이다. 조원진 후보는 이 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이다. 당의 면모와 뿌리를 보면 ‘박사모’가 주축이 된 정당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조원진 후보가 받아든 성적표에 박사모는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조 후보가 얻은 표는 총 4만2,949표, 득표율은 0.1%였다. 1%도 아닌 0.1%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박사모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누리당은 그동안 당원이 20만명에 달한다고 떠벌여 온데다 박사모 역시 회원수가 만만치 않다고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처참한 결과가 나오자 박사모 회원들 사이에서는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홍준표 후보에 표를 던진 회원들에게 ‘배신자’라고 분통을 터뜨리는가 하면 “어떻게 다른 ‘듣보잡’ 후보들과 비슷한 표를 얻을 수 있느냐”며 망연자실해 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어떤 박사모 여성회원은 “남편과 아이에게 조원진 찍으라고 했다가 남편이 ‘고작 요정도 표 얻는데 보태라고 나를 들볶았느냐’고 면박을 줘 부부싸움까지 했다”는 하소연을 올렸다.
이들이 받은 충격은 이해가 된다. 촛불 시위에 100만 군중이 모이자 “나머지 국민들은 모두 박근혜 지지자”들이라고 강변하던 사람들이었으니 친박 중의 친박인 조원진 후보가 고작 4만여표를 받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선거 전 조원진 후보는 낮은 득표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걱정하지 말라. 최소 5%는 얻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득표율은 0.1%였으니 조 후보와 박사모는 이만저만 착각한 게 아니다. 스스로의 모습과 처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인지오류였다. 박사모 회원들이 박 전대통령에게 가지고 있는 애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이런 애정을 그 누구도 함부로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리판단이 맹목적 애정에 함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랑하지만 잘못할 경우 꾸짖을 줄 아는 게 참다운 애정이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시대에 걸맞은 가치와 패러다임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정치인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도 시대에 부합하는 가치와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지도자, 제대로 된 대표를 고를 수 있다.
선거는 다양한 가치들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정치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단 0.1%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고도 확실하다. 그 메시지를 읽어내는 못한다면 이번과 같은 인지오류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조작?? 정신이 이상한 일인 여기 계시네
세상이 바뀌었는데 본인들만 모르면서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 참 딱하다. 이젠 건강생각해서 조용히 집에서 여생을 마무리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