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치러지는 장미대선의 중심축은 문재인이다. 문재인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이 전체 판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말이다. 표의 향방을 결정하는 건 두 가지이다. 하나는 특정 후보가 좋다는 감정에서 지지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그 후보가 싫어 상대후보를 찍는 경우이다. 전자는 ‘최선’의 후보를 고르는 것이지만 후자는 덜 나쁜 ‘차악’을 고름으로써 최악을 회피하겠다는 투표 전략이다.
투표에서는 차악의 선택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된다. 기독교 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윤리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 선과 악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반 문재인 정서 유권자들이 처해 있던 상황이 바로 그랬다.
그래서 자신이 싫어하는 후보에 대항할만한 후보를 골라 표를 던질지, 아니면 당선 가능성은 없지만 호감이 가는 후보를 지지할지를 놓고 많은 갈등하는 표정들이었다. 이른바 ‘전략 투표’와 ‘소신 투표’ 사이에서의 고민이었다. 초반에는 전략 투표 성향을 보였던 반 문재인 표심이 투표일이 가까워져 올수록 소신 투표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판세가 기울어졌다는 현실적 인식과 함께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표는 현재의 선택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비록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없다 해도 그에게 던진 표가 그 후보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서 소신껏 투표하는 것이다. 5인의 후보들 가운데 지지율 4위와 5위인 심상정, 유승민 후보 지지표심에 이런 성향이 강하다.
민의를 정확히 읽기 위해서도 유권자들의 소신 투표는 바람직하다. 전략 투표는 자칫 민의의 왜곡을 초래한다. 그리고 이런 왜곡은 종종 배신의 정치로 이어진다. 투표를 통해 다양한 민심이 정확히 나타날 때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정치가 비로소 가능해 진다. 소신껏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그래서 다행한 일이다.
이런 유권자들과 달리 일부 정치인들은 소신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불과 석 달 전 자기들 발로 스스로 뛰쳐나왔던 옛집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보수 결집’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집단 탈당했다. 그러나 속내는 자당 후보의 낮은 지지율에 따른 위기감임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 오직 국회의원 자리만 염두에 둔 볼썽사나운 행태에서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을 어제 오늘 봐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무소신 행보라 할 수 있다. 이런 정치인들에게는 유권자들의 가차 없는 심판만이 약이다. 철새 정치인들을 걸러낼 수 있는 것은 무소신을 심판하겠다는 유권자들의 소신뿐이다. 2020년 총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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