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연‘, Sound of leaves A’
바이올린은 안달루시아를 향해가는 집시들과 함께 슬피 우네.
바이올린은 안달루시아를 떠나는 아랍인을 위해 우네
바이올린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대를 위해 우네
바이올린은 되찾을 수도 있을, 잃어버린 고향을 위해 우네
바이올린은 저 먼 어둠의 숲을 태우네
바이올린은 수평선을 상처내고, 내 핏줄 속의 피 냄새를 맡네
바이올린은 환상의 줄에 묶인 말들, 물의 신음소리
바이올린은 이리저리 흔들리는 야생의 라일락 평원
바이올린은 사랑을 나누고 달아난, 여인의 손톱에 고통 받는 짐승
바이올린은 대리석 음계로 무덤을 짓는 병사
바이올린은 댄서의 발끝, 바람이 일으키는 심장들의 아나키
바이올린은 끝내지 못한 배너 아래, 그늘을 찾아드는 새의 무리
바이올린은 열정의 밤, 푸념하는 실크의 물결
바이올린은 지난 목마름을 거부당한 포도주
바이올린이 나를 ?아오네, 여기 저기, 내게 복수하려 하네,
바이올린이 나를 죽이려 하네, 만일 찾아내기만 한다면.
나의 바이올린은 안달루시아를 떠나는 아랍인을 위해 우네
바이올린은 안달루시아를 향해 가는 집시들과 함께 슬피 우네.
Mahmoud Darwish(1941-2008) ‘바이올린’ 전문
임혜신 옮김
팔레스타인의 민족 시인이라 불리는 다위시, 하지만 그 자신은 민족 시인이라 불리기보다는 낭만과 사랑의 시인이길 원했다고 한다.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강제이주를 당한 후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던 그의 시들은, 종교와 국경을 넘어 고향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 난 영혼을 어루만진다. 그가 노래하는 집시와 피 냄새와 아나키스트의 라일락 향기 같은 뼈아픈 낭만은 천국의 것이 아니라 버림받은 지상의 것들이다. 이 고통의 바이올린 소리가 당신을 울린다면 당신 또한 실향의 영혼을 가진 때문이리라. 잃어버린 에덴을 가진 때문이리라.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