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지만 회복세가 서민들의 피부에까지는 실감나게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생생히 와 닿는 것은 눈 뜨고 나면 오르는 각종 세금에 따른 가계 부담이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지난 주 낙후된 도로 보수와 교통 인프라 개선을 목적으로 개솔린 소비세를 갤런 당 12센트씩 올리고 자동차 등록세도 인상키로 결정했다. 지난 4월1일부터 많은 지역의 판매세가 뛰고 담배세의 경우에는 한 갑당 86센트에서 2달러86센트로 무려 2달러나 인상된 데 이어 또 다시 개솔린 소비세까지 오르게 되면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한층 더 커진다.
정부는 국민들 혹은 주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으로 살림을 꾸려간다.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세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소득세와 재산세처럼 본인이 직접 내는 세금은 ‘직접세’이다. 담배의 경우처럼 물건을 살 때 물건 값에 이미 부과돼 있는 세금, 그리고 판매세처럼 가격에 따라 일정 비율로 매겨 받는 세금은 ‘간접세’이다.
직접세는 납세 의무자와 조세 부담자가 일치해 조세 부담이 전가되지 않는다. 내가 버는 소득에 따른 세금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반면 간접세는 납세 의무자와 세금 부담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술에 붙는 세금의 경우 납세 의무자는 술 회사이지만 세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사람은 술 구입자이다. 세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정부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명분과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간접세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LA에 사는 연소득 5만5,686달러인 커플의 통상적인 연간 부담 세금을 계산 프로그램에 넣어 따져보니 소득세 9,459달러, 판매세 1,456달러, 연료세 414달러, 재산세 1,983달러로 나온다. 전체 세금 부담 가운데 간접세인 판매세와 연료세 비중은 15%이다. 최근 더 오른 판매세와 연료 이외의 다양한 물품들에 붙는 세금을 감안한다면 실제 비중은 15%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은 간접세 비중이 그리 높은 나라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급속히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담배와 마리화나처럼 사회적으로 거부감이 큰 물품들에 대해 이른바 ‘죄악세’라는 이름의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추세이다. 명분은 유해 상품의 소비 억제라고 밝히지만 속내는 세수 증대임을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이처럼 간접세를 자꾸 손대며 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직접세는 세금을 낸다는 걸 인지하고 내는 만큼 조세저항이 강하다. 이와 달리 간접세는 세금을 내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저항이 약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직접세를 올리는 것보다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간접세 비율을 계속해 높여가는 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직접세와 달리 간접세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같은 액수를 부담한다. ‘누진성’이 아니라 ‘역진성’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빈부의 격차는 조금씩 더 벌어진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손쉬운 간접세보다는 직접세를 손보는 방식으로 증세를 하는 것이 정의와 공평의 원칙에 더 들어맞는다.
담배는 그렇다 쳐도 개솔린처럼 일상생활과 생업에 필수적인 물품들의 세금을 계속 올리는 건 문제가 있다. 11월부터 소비세가 인상되면 자동차에 개솔린을 가득 채울 경우 한 번에 2달러 정도씩 부담이 늘어난다. 한 달 수차례 주유와 운전 가족 수를 계산하면 월 수십달러 이상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야금야금 올리는 간접세라는 가랑비에 서민들의 가계라는 속옷은 흠뻑 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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