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계속된 가주의 가뭄이 드디어 끝났다. 제리 브라운 가주 지사는 지난 주 가주의 가뭄이 대부분 해소됐다고 밝혔다.
가뭄의 끝은 그 동안 물을 절약하느라 애쓴 가주민들에게도 기쁜 소식이지만 이보다 이를 반기는 것들도 있다. 수 년간 온갖 고초를 견디며 숨죽이고 있던 가주의 꽃들이다. 가주 최대 규모인 안자 보레고 주립공원이 자리잡고 있는 가주 남동쪽 사막지대에는 작년 말부터 올초까지 6.11인치의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평균 강우량의 2배가 넘는 것이다.
모처럼 내린 비로 평소 사막이던 이곳은 근래 보기 힘든 꽃동산으로 변했다. 공원 관계자들은 이곳에 이처럼 많은 꽃이 핀 것은 20년만에 처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막에 피는 꽃씨들은 보통 수년에서 수십년, 일부는 100년까지도 땅속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가 요즘 같이 성장에 좋은 조건이 갖춰지면 일제히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빨강, 노랑, 보라빛 등 총천연색으로 대지를 물들인 이 장관을 보려고 미국 각지는 물론 아시아, 유럽에서까지 관광객이 몰리는 바람에 요즘 이곳은 주말이면 극심한 교통정체가 벌어진다고 한다. 꽃 구경을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은 주중에 이곳에 와 하루 자고 아침 일찍 산책을 시작하고 물을 충분히 가지고 올 것을 공원당국은 권하고 있다. 지금이 적기지만 5월까지는 꽃구경을 할 수 있다.
LA에서 4시간 거리인 이곳이 멀게 느껴진다면 보다 경제적으로 장관을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앤틸롭 밸리의 파피 보호구역이다. 이곳도 지난 6~7년간 가뭄으로 제대로 파피 꽃이 피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보호구역 안은 물론이고 그 근처에도 초록 카펫에 흐드러지게 핀 황금색 파피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비가 오고 날이 흐려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파피가 구름을 배경으로 황금빛을 은은히 뿜는 광경도 볼만 했다. 역시 황금을 좋아하는 중국인 답게 버스를 대절해 단체관광 온 중국인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인은 그 다음으로 많은 것 같다.
유럽인 중 가주를 제일 먼저 탐험한 스페인 인들은 파피에 ‘산 파스콸의 제단복’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산 파스콸은 목동 성인으로 교회나 마을이 아니라 야생화가 만발한 들판에서 양떼를 돌보며 기도를 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1700년대 가주에서 가장 파피가 많이 피어 있던 지역에는 ‘란초 산 파스콸’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여기서 바다까지 25마일에 걸쳐 파피가 핀 모습이 마치 ‘황금의 강’ 같다 해 ‘Rio de Oro’라 불렀다. 지금의 패사디나, 알타데나, 시에라 마드레가 그곳이다.
그러나 이 일대는 주거지로 바뀌면서 지금 파피 모습은 찾아 보기 어렵고 가주에서 파피 대규모 군락지로 남아 있는 곳은 앤틸롭 밸리뿐이다. 파피는 ‘황금 컵’ 또는 ‘잠꾸러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생긴 모양이 황금 컵 같은데다 해가 지거나 날이 흐리면 봉우리를 접고 잠들기 때문이다. 황금이 만든 가주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1903년 파피는 가주의 주화가 됐다.
공원 관계자들은 파피가 다음 주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얼마를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땅위에 핀 별들’의 향연을 놓치고 싶지 않으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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