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혜명,‘Camellia’
한 남자가 휴가를 갔네. 그는
휴가를 녹화했다네.
보트를 타고 강물을 오르내리며
비디오카메라를 눈에 대고,
날렵한 보트가
휴가의 마지막 날을 향해 빠르게 달리는
강물, 그 모든 움직임을 움직이며 찍었다네,
그는 카메라에게 휴가를 보여줬다네, 카메라는
휴가를 녹화하여 영원히 보관했다네; 그 강, 그 나무,
그 하늘, 그 빛 , 그리고 달리는 보트의
뱃머리, 그는 뒤에 서서
휴가 중에 휴가를 보존하고 있었다네,
휴가가 끝난 뒤에 간직할 수 있도록.
휴가는 거기에 있을 것이라네.
스위치만 누르면 바로 그곳에. 하지만
없을 거라네, 그 안에 그는.
결코 그는 없을 것이라네.
Wendell Berry ‘휴가’ 전문 임혜신 옮김
휴가를 떠나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것 중 하나가 사진기다. 아름다운 자연, 생소한 도시, 이국적 풍경들을 찍어 와야 하기 때문이다. 먼 후일까지 오래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 시 속의 남자를 보라. 휴가를 간 게 아니고 비디오를 찍으러 간 셈이 되지 않았는가. 좀 과장되었지만 그의 가장 큰 기억은 비디오를 찍던 기억이리라. 매니아들은 맨발로 체험 속으로 들어간다. 여행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추억은 카메라가 아니라 우리의 몸과 머리와 영혼에 새겨지는 것이다.
임혜신<시인>
<
Wendell Berry>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