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연, ‘Sound of leaves A’
삶이란 대체 무엇일까, 할 일이 많아
가만히 서서 그 무엇을 응시할 시간이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 서서
양이나 소를 오래 오래 바라 볼 수 없다면
다람쥐가 땅콩을 숨기는, 숲을 지나며
숲 속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부신 햇살 속에, 마치 밤하늘처럼
쏟아지는 별들의 물결을 볼 시간이 없다면
‘아름다운 시선‘이란 집에 발길을 멈추고
그녀의 발이 어떻게 춤을 추는 지를 바라볼 수 없다면
그녀의 눈웃음이
입가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수 없다면
그건 불쌍한 삶이지, 할 일이 많아
그 무엇을 가만 응시할 시간이 없다면
W H Davies ‘여가(餘暇)’
임혜신 옮김
나뭇가지 아래서 소와 양을 바라보며 쉬던 시절은 간 지 오래다. 우린 지금 사느라고 너무나 바쁠 뿐이다. 배워야 하고, 벌어야 하고, 소비해야 한다. 휴식은 어디에 있는가? 없다. 그러면 우리는 너무나 불쌍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아니다. 아직도 지구는 푸르고 나비와 꽃들이 살고 아름답고 힘든 당신이 산다. 여가가 없다면 때때로 복잡함을 떠나 잠시 바라보기만 하자, 꽃을, 나비를, 그리고 일하는 누군가의 바쁜 손을. 그것이 풍요다. 달리다 멈춰 바라보는 생의 저 깊이가 바로 휴식이며 풍요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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