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의 겨울은 춥기로 유명하다. 살을 에는 칼바람과 폭설이 휘몰아치는 엄동설한이다. 그 추운 겨울을 누군가는 스웨터 덕분에 따뜻하게 보냈다. 바로 닭들이다.
보스턴 교외 지역 은퇴촌 할머니들이 인근 비영리기구의 닭들을 위해 스웨터를 짜서 입힌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지난 13일 AP 등 미디어들의 보도로 할머니들과 닭들은 갑자기 유명인사(?)가 되었다.
매서추세츠, 밀튼에 있는 매리 웨이크필드 자선 트러스트는 환경보존 교육과 캠페인에 앞장 서는 비영리기구로 연중 아이들이 견학을 오는 곳이다. 광활한 정원 한 구석에 닭들도 기르고 있는데, 품종에 따라 추위를 못 견디는 녀석들이 있다고 한다. 겨울에 털갈이를 하느라 깃털이 모두 빠지는 품종 그리고 아열대 지방에서 들여온 품종들이다.
추워서 어쩔 줄 모르는 이들의 사연이 인근 은퇴촌, 풀러 빌리지에 전해지자 뜨개질 클럽 회원들이 나섰다. 할머니들이 온정의 뜨개질에 나서면서 ‘프린스 피프’ 등 이름까지 갖춘 이들 닭은 올 겨울을 포근하게 보낼 수 있었다.
‘닭 스웨터’ 이야기가 전해지자 비판도 없지 않다. “매사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닭보다는 사람 입힐 스웨터를 뜰 일이지…” 따위이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대단히 흡족해 하고 있다. “닭을 위해 스웨터를 뜬다는 게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웃었다. 하지만 막상 떠서 입혀 놓고 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 할머니는 말한다. 추위에서 놓여나니 닭들도 행복한지 스웨터 입고부터는 달걀 생산량이 부쩍 늘었다고 매리 웨이크필드 측은 좋아한다.
뜨개질이 건강한 취미로 뜨고 있다. 은퇴한 할머니들 뿐 아니라 젊은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까지 뜨개질 사랑에 빠지고 있다. 뜨개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미국의 25~35세 여성 중 뜨개질이나 레이스 뜨기를 하는 여성이 1/3에 달한다.
인기의 비결은 ‘뜨개질 요법’이라 불릴 만큼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큰 것. 보스턴의 할머니들도 ‘닭 사랑’에 앞서 한 코 한 코 뜨는 동안 세상 근심을 다 잊어버릴 수 있는 게 좋았다고 말한다.
뜨개질의 리듬감 있는 반복적 동작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명상의 효과를 갖게 한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을 완화시키며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아울러 지속적인 손놀림은 뇌를 활성화하고 운동신경을 개선하며 손가락 관절염을 예방해준다.
거기에 뭔가 만들어냈다는 뿌듯함 그리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멋진 작품까지 얻으니 일석삼조쯤 된다는 것이다. ‘뜨개질 요법’은 금연, 체중감량에도 활용되고 있다.
슬픔을 넘어 참척의 고통을 한 코 한 코에 담아낸 엄마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어린 자녀를 잃은 엄마들이 아픔을 나누고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가만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함께 모여 뜨개질을 했다. 그렇게 2년 반 만든 작품들로 지난달 전시회를 열었다.
마침내 대통령은 탄핵되었어도 세월호의 진상은 여전히 캄캄한 물속에 잠겨있다. 물속에 아이를 잃은 엄마들은 언제까지 한 코 한 코에 슬픔을 실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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