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다애, ‘무제’
햇살이 비치면 나무들은 잔가지를 내보입니다
그 흰 살결로 비로소 산이 환해집니다
줄기를 굴러 내리는 찬 이슬 방울들
혹은 굴러 내리지도 못하고
햇살에 몸을 맡기기도 하는 여린 우주
삶의 어두운 벼랑을 타고 오른 듯
아름답다는 형용사 곁에 모여들 때
산은 제 이름을 찾아가는가 봅니다
그때 눈을 뜨게 됩니다
계곡은 더 깊이 마음을 열고
능선을 타고 내리는 까치 두어 마리
계곡을 차오르는 의성어 어깨 위에
파란 시간이 펼쳐집니다
산마루에 서면 거기가 곧 하늘입니다
몸은 내려가고 마음은 날아가는 엽서 한 장
열 사람이 읽으면 열 가지의 꽃으로 피어날 나무
언제나 제 자리 지키고 있었을
하늘이 배경이 되어 있습니다
늘 인간의 곁에서 서성대는 꿈의
심춘보 (1958- ) ‘산행’ 전문
일상에 지친 이가 이른 아침 산을 오른다. 햇살은 잔가지 사이로 환하게 빛나고, 이슬방울들은 저만의 둥글고 작은 우주로 아침을 연다. 고요하고 푸른 정경 속의 새 몇 마리, 어찌‘아름답다’는 감탄사가 터지지 않으랴. 풀, 나무, 꽃과 어울려 사람의 지친 마음도 날개를 편다. 나무처럼 사람들도 서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스스로 빛나며 피고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는 우리들, 잠시 숲 속에 이르러 휴식과 평화를 배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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