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을 인용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다 빨갱이다.”
그들에 따르면 대한민국 검찰도 빨갱이다. 탄핵을 외치며 촛불시위에 나온 사람들도 빨갱이다. 시위를 부추긴 야당도 빨갱이고 그 사태를 보도한 언론도 빨갱이다. 세월호를 뜻하는 노란색 표식을 달고 있는 젊은이들도 빨갱이에 틀림이 없다.
같은 친(親)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옹호세력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들 간에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그러면 대뜸 ‘좌빨’이라는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적지 않은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다.
한국에서 빨갱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좌우대립이 심각했던 해방 공간에서다. 공산주의자를 폄하한 말로 여순반란사건, 6.25 등 사태를 겪으면서 빨갱이는 도덕적 파탄자에 민족반역자, 다시 말해 비인간적 존재로 인식됐다.
그 빨갱이의 모습은 이런 식으로 구체화 된다. 완장을 차고 죽창을 들었다. 스탈린이니, 김일성이니 하는 특정 인간에게 맹종적으로 충성을 바친다. 사고가 이분적이고 극히 단순하다. 무식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식하면서 용감하다
다른 말이 아니다. 자신들만 정의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와 다른 ‘그들’은 때문에 박멸대상이다. 그리고 특정인물에게 맹종적으로 충성을 하면서 그 숭배자는 절대 잘못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 숭배자는 진리 그 자체이므로 그에 대한 비판은 그들에게 신성모독 행위로 비쳐지는 것이다.
인간사를 매사 이렇게 이분적인 프리즘만을 통해 본다. 때문에 보편적이고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는 능력이 결여돼 있다. 이런 면에서 그들은 사이비종교 신봉자, 혹은 탈레반 등 극히 전투적이고 폐쇄적인 특정 종교의 근본주의 광신자와도 몹시 닮았다.
이 빨갱이라는 단어가 한국 정치무대에서 극성을 떤 시기는 70년대까지였다. 한 번 빨갱이로 낙인찍히면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만큼 치욕적이고 자극적인 용어가 빨갱이였다.
그 빨갱이란 말이 또 다시 거침없이 사용되고 있다. 박사모 등 친박으로 분류되는 일부사람들에 의해서.
완장을 찼다. 군복차림에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그들 중 일부는 죽창까지 들고 나섰다. 그러면서 외쳐댄다.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몰아낸 것은 빨갱이 세력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했다. 그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니, 그 헌재 재판관도 빨갱이인 만큼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내려진 합헌적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리적 힘으로 뒤엎겠다는 거다.
그 투쟁대열에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그도 모자라 미국 백악관이 운영하는 인터넷 시민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통해 ‘박근혜 탄핵 소추 무효’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모습이 어딘가 더 빨갱이 같아 보인다면 지나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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