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현,‘Companion’
오래, 문을 열어두면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올 거예요.
먹을 것을 주면, 나가지 않죠.
머지않아, 추운 밤들이 찾아오고
당신은 의자에서 일어서면서
‘미안하지만 좀 비켜줄래’ 하고 말하겠지요.
고양이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수는 없을 거예요.
물론 저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법칙이나
‘자비의 깊이는 끝이 없다‘는 말도
고양이에게선 결코 듣지 못하죠.
고양이의 사전에, 자비란 없답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은 이 세상에,
고양이는 스스로의 작은 영역을 채우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당신은 녀석을 향해 수없이
온 몸을 기울이죠, 단지
녀석이 거기 있다는 이유 때문에
Jane Hirshfield ‘조그만 미스터리’ 임혜신 옮김
길고양이를 집에 들여 식구처럼 기르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하다. 그런데 대체 고양이에게 무슨 힘이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보호하고 돌보고 또 사랑하게 하는 것일까? 녀석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거기 있다는 것‘뿐인데 말이다. 인간의 자비심 때문일까. 아니면 고양이가 가진 마력 때문일까? 이유를 물어도 소용없겠다. 세상엔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삶은 그저 통째로 미스터리가 아닌가. 그러니 그냥 누리는 게 좋겠다, 작고 따스한 애정 함의 기쁨들을.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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