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남수 ‘무제’
영월에서 열리는 시낭송회에 가려고
제천에서 시외버스를 탔다
깊은 가을 뙤약볕이 눈부셔서
불붙는 단풍에 불을 델 것 같았다
중간중간 버스가 설 때마다
내리는 사람이 한둘은 됐다
차창 밖 풍경에 푹 빠져 있던 나는
그때 참 이상한 풍경을 보았다
학생이고 아주머니고 할머니고
내리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운전기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건성으로 하는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한창 나이 운전기사도제집에 온 손님 배웅하듯 했다
-예, 고맙습니다
아아, 우리네 진짜 풍경은
차창 밖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천 영월간 38번 국도
허름한 시외버스가 실어 나르는
호젓한 풍경에
나는 그냥 눈이 시렸다
<오탁번 ‘풍경’ 전문>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고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것이 또한 사람이기도 하다. 시인이 시낭송회에서 읽을 시도, 차 창밖으로 흐르는 눈부신 햇빛도 사람의 인정만큼 빛나지 않는다. 영월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내리는 이들이 나누는 인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그 인정과 따스함이 남아있다는 증거다.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이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도 그런 풍경이 남아있다는 거다. 상상 속에서 제천에서 영월로 가는 버스를 탄다. 눈이 시리게 그리운 풍경이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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