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도널드 트럼프가 연방 의회에서 한 국정 연설은 트럼프 일생일대에 가장 도널드답지 않은 연설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자신과 러시아, 백인 우월주의자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집단을 비웃고 비난하던 도널드 특유의 언사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연설에는 거짓말과 과장, 왜곡으로 가득 찬 도널드 전매특허 화법은 그대로 남아 있다. 우선 그는 9,400만명의 미국인이 노동 시장 밖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중 4,100만은 자발적 은퇴자고 나머지 1,500만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학생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전업 주부다. 전문가들은 일을 하고 싶으나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취직을 포기한 인구는 1,000만 미만으로 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10배로 부풀리고 그것을 국정 연설에서 버젓이 사실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 중 한 명이 도널드다.
그는 또 2015년 미국 살인율이 50년만에 처음 전년에 비해 최대 폭으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통계적으로는 맞지만 그 이유는 2014년이 역사상 최저에 가까운 살인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내 살인을 포함한 범죄 발생 비율은 90년대 이후 가장 낮다. 20여년내 가장 낮은 범죄율은 가장 높은 것으로 포장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도 도널드가 아니면 하기 힘든 재주다.
그는 이어 마약이 사상 유례 없는 비율로 국경을 넘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국경에서 압수된 마리화나는 130만 파운드로 전년도 150만 파운드보다 줄었고 사상 최고치인 2009년의 400만 파운드의 절반도 안 된다.
멕시코 국경 밀입국자 수도 2016년 40만8,000명으로 2000년 160만의 ¼에 불과하며 자발적으로 멕시코로 돌아간 사람들 수를 계산하면 순 증가는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도 국경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고 밀입국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왜곡도 정도가 좀 심하다.
그는 또 17살 난 자미엘 쇼가 불법체류자 갱단에 의해 살해된 점을 강조하며 불법체류자 전체가 살인 범죄 조직인 것처럼 매도했다. 그러나 대다수 불법 체류자들은 하루하루 추방 공포에 시달리며 사소한 시비거리도 피해 살고 싶어한다. 괜히 사법 당국에 눈에 띄어 추방되느니 웬만한 일은 참고 사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르기보다는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조차 못 하고 사는 것이 보통이며 불법체류자 갱단에 살해당하는 사람보다는 본토 출신 토종 갱단에 살해당하는 사람 수가 수십배 많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들에 의한 피해를 침소봉대하며 ‘이민 범죄 피해자국’이라는 새 조직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도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본심이 어디 있는지 이보다 더 분명히 보여줄 수는 없다.
트럼프가 약속한 대대적인 감세와 1조 달러에 달하는 도로 항만 등 기간 시설 확충, 모든 미국인에게 값싸고 질좋은 의료 보험 제공 등은 듣기는 좋지만 재원 확보가 없이는 모두 불가능하거나 가뜩이나 사상 최대로 불어난 미 국가 부채를 폭발적으로 늘릴 것들 뿐이다.
과거 대통령들도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내뱉기는 했지만 도널드처럼 뻔뻔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지는 않았다. 번드르르한 도널드의 국정 연설에 현혹된 국민들은 그 약속이 얼마나 허무하게 깨지는 지를 곧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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