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계사가 갑자기 유명인사(?)가 되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wC)의 파트너인 브라이언 컬리넌이다.세계적 회계법인의 파트너이니 능력 있고 돈 잘 벌겠지만 직업상 대외적으로 얼굴 알려질 일은 별로 없다.
그런 그가 요즘 이름은 물론 얼굴까지 온라인 매체를 떠돌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지난 26일 밤 9시 쯤 그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작품상 수상자가 뒤바뀐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장본인이 바로 컬리넌이다.
오스카 시상식이 막바지로 향하며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던 그 시간, 작품상 수상작을 발표하러 나온 배우 워렌베이티가 잠깐 멈칫했다. 나란히 서있던 페이 더너웨이가 ‘어서 발표하라’는 듯 미소를 보내자 베이티는 카드를 자연스럽게 더너웨이에게 넘겼다.
여배우는 카드에 써있는 대로 ‘라라 랜드!’라고 발표했고, 그날 밤 감독상부터 여우주연상, 음악상, 촬영상 등 상을 휩쓴‘ 라 라 랜드’ 제작진은 환호 속에 감격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러기를 2분 여 갑자기 무대 위가 술렁거리더니 제작자 조던 호로위츠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 작품상 수상작은 ‘문 라이트’예요!”
이게 농담인지, 그래서 웃어야 할지, 진지해야 할 지…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라 라 랜드’ 팀은 내려가고 진짜 수상작인 ‘문 라이트’ 제작진이 무대로 올랐다. ‘오스카 작품상’이라는 영화인 최고의 영예에 감동하기에는 이미 김이 빠진 분위기였다.
상상도 못한 코미디 같은 일이 터지자 그러잖아도 말 많은 트위터 시대에 온갖 설이 난무했다. “사회자 지미키멀이 워낙 장난을 좋아해서 장난을친 거다”“ 키멀과 사이 나쁜 맷 데이먼이 제대로 한 방 먹인 것이다. 데이먼의 복수다”“ 레오나도 디 카프리오의 실수다” 등(작품상 발표 직전 여우주연상 발표자가 디 카프리오였다) 등. 봉투게이트(#envelopgate) 오스카실패(#Oscarfail) 등 해시태그가 홍수를 이루었다.
사건의 진상은 어이없이 단순했다. 지난 83년 동안 오스카 투표 집계와 수상자 명단/봉투관리를 맡아온 PwC 직원이 봉투를 잘못 전달한 것이었다. 바로 컬리넌이다. 그가 작품상 직전에 발표된 여우주연상(‘라 라 랜드’의 엠마 스톤) 봉투를 실수로 베이티에게 전달했다. 베이티가 발표를 못하고 멈칫한 이유였다.
그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없다. 하지만 그가 잠시 한눈을 팔았을 개연성은 있다. 오스카에 파견된 PwC 직원들은 시상식 내내 트위터나 SNS를 할 수 없다.‘봉투’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컬리넌은 여우주연상을 받은 스톤의 백스테이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작품상 발표 불과 몇 분 전 일이다. 스톤의열렬한 팬인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세계적 회계법인 PwC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아마도 틀린 카드(Probably Wrong Card).‘대통령 선거에서 수퍼볼, 이제는 오스카까지’라는 말이 나돈다. 마지막 순간에 엉뚱하게 판이 뒤집힌다는 말이다. ‘아마도 틀린 카드’가 앞으로는 또 어디에서 터져 나올지 … 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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