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보다 나은 삶을 살겠다고 바다를 건너온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그러나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먼저 미국에 온 사람들의 후손은 자기가 미국 대륙의 주인 행세를 하면서 나중에 온 사람들을 차별하고 박대하는 일을 종종 저지르곤 했다.
따지고 보면 백인보다 인디언들이 시베리아에서 베링해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먼저 왔으니까 먼저 온 게 제일 중요하다면 인디언들을 미국 땅의 주인으로 모셔야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는 이들을 죽이고 쫓아내고 이들의 땅을 빼앗는 일의 연속이었다.
백인들은 나중에 노동력이 필요하자 아프리카에서 1,000만 명이 넘는 노예를 잡아와 짐승같이 부려먹었고 그 다음에는 중국 노동자를 데려다가 역시 인간 이하의 대접을 했다. 그러다 경기가 나빠져 일자리가 줄어들면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박해했다.
이런 패턴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유도 똑 같다. 유색 인종 이민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백인들 일자리를 뺏는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과거 중국인 쿨리에서 지금 멕시코 불법체류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멕시코 불법 체류자들이 하는 일은 농장 노동이나 공사장 인부, 청소 등으로 백인들은 돈을 주고 일을 시키려고 해야 인력을 구할 수 없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범죄를 잘 저지른다는 주장 또한 근거가 없다. 미국 이민 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현재 18~39세 사이 남성 이민자 가운데 구금된 사람은 전체의 1.6%로 미 본토 출생자의 3.3%보다 훨씬 낮았다. 불법체류자로 추정되는 18~29세 사이 엘 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출신 중졸 남성의 경우 수감율은 1.7%로 같은 또래 본토 출신의 10.7%에 비해 1/5도 안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가 범죄집단인양 매도되는 것은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대서특필되고 본토인이 저지른 것은 묻히기 때문이다.
유세 기간 중 불법체류자에 의해 살해된 샌프란시스코의 캐스린 스타인리의 예를 들며 모든 불법체류자 추방을 공언해 온 트럼프가 결국 불법체류자 추방을 대폭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1일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이민 세관 단속 요원과 국경 수비대원 수를 대폭 늘리며,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는 물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거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의심되는 사람까지 신속히 추방하도록 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여러 건의 테러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중에서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불법 체류자가 저지른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저지를 것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추방하는 것은 ‘유죄 판결이 나기전까지는 무죄 추정을 받는다’는 형법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 현재 미-멕시코 국경을 넘는 밀입국자 수는 미국내 일자리 부족과 단속 강화로 사실상 제로로 줄어든 상태다. 없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국경 전역에 엄청난 돈을 들여 장벽을 세우겠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강화된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은 불법체류자만이 아니다.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의류업계, 농장, 청소업계, 요식업소 주인들도 이들이 빠져나갈 경우 대체 인력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질 경우 가뜩이나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경기는 또 하나의 악재를 맞게 될 것이다.
예상 못한 바는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언제까지 이런 미국 국익에 반하고 인도주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악수를 연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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