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상처를 더듬거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누구에게나 오래된 독서네.
일터에서 돌아와 곤히 잠든 남편의 가슴에 맺힌 땀을
늙은 아내가 야윈 손으로 가만히 닦아 주는 것도
햇살 속에 앉아 먼저 간 할아버지를 기다려 보는
할머니의 그 잔주름 주름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 중 독서이기도 하네.
하루를 마치고 새색시와 새신랑이
부드러운 문장 같은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도 독서 중 독서이네.
아내의 아픈 몸을 안마해 주면서 백 년 독서를 맹세하다
병든 문장으로 씌여진 아내여서 눈물 왈칵 쏟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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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떠오른다. 한 사람의 생애는 도서관을 가득 채운 책의 분량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 중 아주 조금을 우리는 읽기도 하지만 대부분을 무심히 지나쳐 가고 만다. 그러면서 모두들 각자가 고독한 섬이라고 불평하기도 한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끼리도 그렇다. 오늘은 밸런타인스 데이다. 연인, 가족, 친구, 이웃들을 사랑의 마음으로 천천히, 따스하게 읽어주는 날이면 참 좋겠다.
<김왕노(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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