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로 얼음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냄새부터 달라요. 맞바람 맞으며 눈 덮인 겨울 산을 오르는 맛이란, 안 해본 사람은 모르지요.”남가주의 회사원 A씨는 등산 애호가이다. 건강도 챙기고 체력도 단련할 겸 주말마다 산에 오른 지 여러 해이다. 최근에는 무릎에 이상이 생겨서 한동안 산행을 자제했는데, 올 겨울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자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평지에 비가 내리면 산 위에서는 눈이 내리는 법. 겨울산행을 제대로 즐길 여건이 갖춰졌다.
“적설량이 2000년 이후 최고라고 합니다. 트레일은 눈에 덮여 다 없어져서 직벽을 타고 산을 오릅니다. 2시간 반쯤 올라간 후 그대로 미끄러지며 내려오는 데 딱 10분 걸리더군요. 그 짜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겨울 산행의 참 맛입니다.”모든 짜릿함의 이면은 아찔함. 스릴 넘칠수록 위험부담이 따르는데 겨울 산행도 예외가 아니다. 눈 덮인 산의 매력에 이끌려 준비 없이 오르다가는 어떤 아찔한 상황에 처할지 모르는 것이 겨울 산이다. 조난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들이 새해 들어서만도 여러 건이다.
지난 4일 LA 인근 앤젤레스 국유림 산속에서는 한인 등산객들이 사고를 당해 가디나 주민, 마이클 유(67)씨가 목숨을 잃었다. 60대의 한인들 10 여명이 산행에 나섰던 것 같은데 그중 5명이 해발 7000피트 고지에서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했다. 일대가 70도에 달하는 급경사인데다 폭설이 얼어붙으며 빙판을 이루었다고 한다. 한번 발을 잘못 내딛으면 그대로 미끄러지는 아찔한 지역이었다.
그나마 빨리 구조될 수 있었던 것은 마침 인근에서 벤추라 카운티 소속 조난 구조팀이 훈련을 받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구조요청을 받은 구조팀이 즉각 수색에 나서며 LA 카운티 셰리프국과 소방국에 헬기를 요청한 덕분에 4명은 무사히 구조되었다. 하지만 유씨는 구조팀이 도착하기 전에 목숨을 잃었다. 유 씨는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구조팀 관계자는 전했다.
남가주에는 샌 개브리얼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쳐있다. LA에서 40마일 반경 안에 험준한 고산이 이어져 있는데, 시내에서 너무 가깝다 보니 위험하다는 인식이 별로 없다. “디즈니랜드 가듯 별 대비책 없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조난 수색구조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남가주 일대 산을 오르는 것이 록키산맥 등반만큼 위험할 수 있다고 그들은 지적한다.
특히 겨울에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산행이다. 똑같이 눈이 내려도 올라갈 때 다르고 내려올 때 다른 것이 겨울 산이고, 낮에 다르고 해 지고 나면 다른 것이 겨울 산이다. 겨울 산행에는 안전장비와 훈련 그리고 경험 많은 리더가 필수이다.
겨울 산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반면 작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만큼 엄혹하다. 순간적 실수가 치명적 실수가 될 수 있다. 아는 길도 물어 가고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과 겸손함을 겨울 산은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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