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사람과의 관계만큼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며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게 하는 게 또 있을까 싶다. 어떤 이는 돈이나 명예가 중요하다 여겨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만, 인간관계가 깨지고 망가지는 속에서 ‘난 돈과 명예가 있으니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난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삶의 의미나 진로를 찾기위해 상담소를 찾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내담자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겪는 갈등과 어려움으로 인한 불안감, 우울함, 분노와 좌절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짊어지고 찾아온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지금의 어려움과 갈등이 우리의 미성숙함이나 유약한 마음 때문에 스스로 자초한 일이거나, 눌러놓은 과거의 상처가 건드려져 더 힘들고 아픈 경우를 종종 본다. 자신의 삶에 건강한 바운더리를 긋고 미리 정중하게 거절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문제가 커져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된 것이다. 특히 한인 내담자들의 경우 온 식구가 지리적, 심리적으로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내가 너고, 네가 나'인 모호한 바운더리로 인해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영어의 ‘boundary'란 단어를 번역할 정확한 한국말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 문화에 ‘바운더리’란 개념조차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럼 ‘바운더리'란 무엇인가?
바운더리는 우리를 다른 무엇과 구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질세계에서는 바운더리의 구분이 훨씬 명확하다. 울타리, 벽, 접근금지 표지판, 피부 등은 물리적인 바운더리다. 관계의 바운더리도 물리적인 바운더리 못지않게 실질적이지만 식별이 쉽지 않다. 바운더리는 막힌 벽이 아니고, 문이 달린 울타리에 더 가깝다. 문을 통해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몰아낼 수 있으며 소유지를 구분해주는 것이다. 감정적인 간격을 두는 일, 물리적 거리를 가지는 것, 어떤 사람이나 일로부터 일정한 시간 동안 떨어져 있는 일, 그리고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등이 관계의 바운더리의 몇가지 예다.
심리학 박사 클라우드는 4가지 잘못된 바운더리 유형을 소개한다. 첫째는 ‘순응형'이다. 옳지 못한 일에도 ‘예'라고 답하는, 소위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유형이다. 모호하고 불분명한 바운더리를 갖고 있으며, 다른 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버림받고 처벌이나 부끄러움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둘째는 옳은 일에도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기피형'이다. 바운더리를 ‘벽'으로 인식하여 자기 안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자신의 내면을 보이는 걸 두려워 하여,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자신도 남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두 가지 유형이 합쳐진 ‘순응기피형'은 남에게는 거절 못하고 남의 도움은 절대 받지 못하는 정반대의 바운더리로 고통을 받는다.
셋째는 다른사람의 바운더리와 한계를 존중하지 않는 ‘지배형'이다. 그들은 자기 삶을 책임지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려 한다. 다른 이의 바운더리를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공격적 지배형과 상대가 죄책감을 느껴 거절하지 못해 ‘예'라고 말하도록 유도하는 교묘한 지배형이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둔감형'이다. 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이들에게 투사(projection)하며 끊임없이 불평과 비난을 일삼거나, 자기연민과 자신의 어려움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다른 이들의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고 사는 이들이 여기 속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돌리고 그 문제를 책임져줄 사람을 늘 찾는 ‘지배적 둔감형'과 모호한 바운더리로 거절을 못하는 ‘순응기피형'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답은 ‘결혼' 이다. 다른 사람의 바운더리를 침범하여 책임을 전가하는 전자에게 거절 못하고 순응하는 후자가 끌리는 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한 바운더리를 개발할 수 있을까? 2주 후 칼럼에서 나누도록 하겠다.
counseling@fccg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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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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