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항의 리버티 섬에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의 한 모퉁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자유를 바라는 그대여, 가난에 찌들어 지친 자들이여, 나에게 오라, 고난에 처해 갈 곳 없는 자들이여, 나에게 오라. 나는 황금의 문가에서 횃불을 들리라.”미국은 피부색, 종교는 물론,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이다. 특히 가난하고 힘든 이민자들을 배려하는 나라여서 지금도 다른 모든 나라에서 이민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미국이다.
그러나 20일 미국의 수장이 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이민자 차별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출범 즉시 멕시코 국경설치, 무슬림 입국금지, 오바마케어 폐지부터 하겠다고 나서 전국 50개 도시에서 수천 명이 이를 성토하는 동시다발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가 전임 대통령의 업적을 이런 식으로 폐기하려 드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많은 국민들은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고, 반발도 많다. 한 중소기업의 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49세 되던 해 암 진단과 함께 6주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소개하고, 자신은 “오바마케어 덕분에 보험에 가입해서 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오바마케어를 왜 폐기하느냐?”고 따졌다.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 연방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과 관련, “자유의 여신상을 땅에 파묻도록 그냥 내버려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그의 정책은 출범 전부터 말썽을 빚었다. 트럼프는 전임자의 업적을 무조건 폐기하려 들기보다는 좋은 점은 취하고 나쁜 점은 개선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무조건 뒤집고 파기하는 것만이 변화가 아니다. 1862년 미국은 도시에 밀집한 인구를 외곽으로 분산시켜 전국적으로 나라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 토지법을 시행했다. 외곽에 깃발을 꽂아놓고 도시인들이 이 깃발을 뽑아 정착하면 그 지역이 그 사람의 소유가 되게 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외곽으로 깃발을 꽂아 나가다 보니 점점 확대돼 서부지역까지 인구가 퍼지면서 광활한 국토가 고루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이 강대국이 되는 토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 출발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성공하려면 미국의 상징인 자유와 평화, 평등에 위배되는 반 이민 정책을 탈피하고, 전임자가 이룬 정책을 수정 발전시키면서 토지법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을 만들어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제 트럼프에게는 세계 최강국을 이끌어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는 취임직전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44%에다 비호감도 55%로 출발한다.
트럼프가 국정을 제대로 펼쳐나가려면 먼저 대결과 분열로 몰고 가는 독설을 멈추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230년 동안 벽돌 하나하나 쌓아올린 선조들의 위대한 업적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함께 더욱 강대한 미국을 만들겠다고 하는 굳은 의지와 신념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임자 오바마가 첫 취임 때 한 연설 중에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를 기억하며 모든 국민의 협조와 동참을 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더, 4년 더...” 하는 아쉬운 환호 속에 명예롭게 떠나는 오바마와 같은 멋진 퇴임을 맞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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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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