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선 갤릭호가 1902년 12월 한국 인천항을 떠나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1903년 1월 13일, 벌써 114년이 되었다. 1월13일 미주한인의 날이 다가온다.
작년 12월6일에는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이 1904년 남가주 리버사이드 시에 건립한 미 최초의 한인촌 ‘파차파’ 캠프가 사적지로 지정됐다. 당시 리버사이드에서는 오렌지 농업이 성해 한인들이 인부로 많이 고용됐으며 도산 안창호도 오렌지 농장에서 일했었다.
당시 파차파 캠프에는 긴 담뱃대를 물고 외출하거나 파자마만 입고 집밖으로 나가는 한인들이 많았고 오렌지를 따는 한인노동자들이 가지 채 따는 경우가 많아 농장주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에 안창호는 공립협회를 만들어 공동생활의 5가지 규칙을 정했다. 첫째 아홉시에 잘 것, 둘째 속옷만 입고 외출하지 말 것, 셋째 방을 깨끗하게 정리할 것, 넷째 버는 돈을 저축하거나 송금할 것, 다섯째 중국 거리에 가서 돈을 쓰지 말 것.
특히 도산은 “오렌지 하나를 따더라도 정성을 다하는 것은 나라를 위한 일이다”고 말했다. 과일의 부패를 막고 흠집 나지 않게 손톱자국을 조심할 것을 당부하며 수확이 높으면 개인의 수입이 많아지고 이는 개인의 생활향상뿐 아니라 독립자금 보태는 일에도 도움이 되니 결과적으로 애국의 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1세대 미주한인들은 중노동에 시달리면서 생계를 이어갔고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십시일반 모금된 자금이 30,600달러(15억원 정도)로 이는 도산을 통해 독립운동가에게 전달되어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마련에 쓰여졌다.
또 정성을 다하며 주위를 청결하게 하니 과거 지저분하다고 한인 임대인을 꺼리던 미국 집주인들, 성의 없다던 농장주들이 한인들을 환영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이민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다.
뉴욕에는 한인 이민 유적지가 많다. 2010년 한미 헤리티지재단이 미 동부 한인이민역사 뿌리 찾기 활동에 나서면서 첫 한인이민 사적지로 맨하탄 뉴욕 한인교회를 정하고 기념동판을 설치했다. 1921년 4월 건립된 뉴욕한인교회는 교회이자 한인회, 학생회, 일제하 조국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다. 현재 이 교회는 새 건물을 짓는 중이며 일부공간에 역사기념관을 만든다고 한다.
한미 헤리테지재단 지정 미 동부 한인이민 사적지 14개 중에는 1883년 고종의 보빙사절단이 미 대통령을 만난 맨하탄 5애비뉴 호텔, 1921년 3월2일 서재필 박사 주도 3.1절 기념식이 열린 맨하탄 타운홀, 이승만이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난 롱아일랜드 새가모어힐, 8.15광복절 및 3.1절 기념식이 열린 컬럼비아대학 인터내셔널 하우스, 필라델피아의 서재필 기념관, 최근 한국정부가 되찾은 워싱턴 D.C의 주미한국공사관, 유길준이 다녔던 보스턴 더머 아카데미 등이 있다.
이러한 유적지 외에도 1965년 개정이민법 이후 들어온 한인들이 이룬 이민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초창기 한인밀집지역인 플러싱, 브로드웨이 한인상가가 토대가 된 맨하탄 코리아타운, 초창기 이민자의 길잡이가 되어준 한인교회, 뉴욕한인의 집회장소인 맨하탄 32가 등등.... 지금도 뉴욕 곳곳에 한인 이민의 역사 현장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뉴욕한인회는 맨하탄 한인회관에 뉴욕 한인이민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기금 모금이 한창이다. 이는 이민 선조들이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서 치른 희생과 공헌을 알리는 일이다. 또한 후세들이 자긍심과 정체성을 갖고 미국에서의 삶을 더욱 활짝 펼쳐나가는 길이자 한인커뮤니티가 더욱 발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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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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