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인생을 살 것인가’는 사실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선택에 따라 이뤄지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 근거라면 근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소극적 혹은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지에 대한 질문이라면, 이는 선택의 영역이라 할만하다. 또한 닥쳐오는 수많은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 역시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는 중요한 현실의 한 부분이다.
한 해가 시작됐고, 한 살 더 나이를 먹게 됐다. 나이듦이 책임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고, 신체의 노화와 비례해 가는 시선의 깊이와 넓이가 느껴질수록 ‘노화’를 ‘인생의 진정한 완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도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에 덧붙여 “한 사람의 경험, 한 시대의 지식만으로는 하나의 인생이 가진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시어도어 젤딘(Theodore Zeldin)의 신작 <인생의 발견> 속 명언 역시 새해의 기대감을 높인다. 유럽 유력지에서 ‘다음 세기에도 지속될 사상을 가진 40인’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100인’ 등의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나이듦 앞에서 온전히 공정한 세상에서의 너와 나의 공존이 진정으로 의미 있음을 이와 같은 표현으로 역설했다.
자신의 경험만으로 자신의 인생이 가진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의 궁극적 완성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벗들의 인생에 관여하고 알아가며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에 정당하게 적극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타인의 삶의 의미 있는 관조자로 혹은 조력자로 그도 아니면 증인으로라도 인생이라는 위대한 탐험에 함께 나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인생에 필요한 통찰은 무(無)에서 창조되는 무엇이 아니라, 발굴되고 발견될 수 있는 것이라는 귀한 교훈도 함께 얻게 된다.
그의 역사에 대한 관점은 ‘앞’ ‘미래’ 라는 ‘생산성’의 대척점으로서 과거를 돌아보려는 시도를 비생산적이라 치부해버리려는 많은 철학 인문학자들의 시도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게 의미 있다 할만하다.
그는 “과거의 기억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구성요소”라 정의하고, “기억의 폭이 좁을수록 미래를 폭넓고 독창적으로 구상할 가능성도 줄어 든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기억이 빈약하면 이전에 가본 곳 말고는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상상할 수 없다”며 “사실상 살아 있거나 죽은 모든 인류에게서 습득한 간접기억으로라도 기억을 보완할 것”을 권한다.
그의 주장이 정말 맞다면 잊고 싶은 지난해의 과오로 인해 새해에 우리가 닿을 수 있는 선택지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과거 한 해에 겪은 숱한 후회와 절망을 새해의 새로운 희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을 가져도 되는 것이다.
그의 또 하나의 제안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는 “새로운 생각은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예기치 못하게 탄생하는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새로운 생각에 목말라 있다면 새로운 관계로의 모험을 준비해보는 거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즐겁고 또 흥미롭다. 또 과거의 경험이 자신을 옭아매는 상처나 방해물이 아닌 새로운 시선을 여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그렇다.
그로부터 좀 더 과감하고 솔직한 자아 성찰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면 더 이상 과거가, 지난 한 해가 미래의 행복을 저지하는 상처가 되지 않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
노유미 번역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