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저무는 눈길을 걷는다
신발은 얼어붙은 자갈 위에서 뽀드득 소리를 낸다
숲을 지나, 활짝 열린 들판으로
두어 개 트레일러와 픽업트럭들을 지나, 나는
멈추어 선다. 하늘이 문득: 오렌지, 빨강, 분홍, 블루
그린, 보라, 노랑, 잿빛, 그 모든 빛깔로 온통 세상에 가득하다
잠시, 나의 노년의 삶을 향한, 이 순간 앞에 서서 나는
감사의 기도를 한다. 이런 저녁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 오늘, 이 순간,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여, 오늘 저녁, 이 하늘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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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도 참 다사다난 했습니다. 산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시간 속에서 사람은 늙고 사랑은 시들고 굳은 맹세는 자취 없이 사라져 갑니다. 허무합니다. 시작과 끝 사이에서 방황하는 삶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그걸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면, 누구나 이 시 속의 저녁하늘처럼, 빛나는 감동의 순간들을 수없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있겠습니다. 새해에는 더 많은 감동의 순간들을 만나시길 기원하면서, Happy New Year!
<
David Budbill,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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