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선원들이 모여 사는 목포 온금동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 조금 물때에 밴 새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냐고요? 아시다시피 조금은 바닷물이 조금밖에 나지 않아 선원들이 출어를 포기하고 쉬는 때랍니다. 모처럼 집에 돌아와 쉬면서 할 일이 무엇이겠는지요? 그래서 조금 물때는 집집마다 애를 갖는 물때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해서 뱃속에 들어선 녀석들이 열 달 후 밖으로 나오니 다들 조금새끼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은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 다시 한꺼번에 바다에 묻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인 셈이지요. 하여, 지금도 이 언덕배기 달동네에는 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께 지내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새끼 조금새끼 하고 발음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도대체 이 꾀죄죄하고 소금기 묻은 말이 자꾸만 서럽도록 아름다워지는 건 왜일까요? 아무래도 그건 예나 지금이나 이 한 마디 속에 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운명이 죄다 들어있기 때문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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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조금 밖에 없어 선원들이 출어를 할 수 없는, 조금이라는 비수기에 잉태된 아이들을 조금새끼라 부른다고 한다. 함께 나서 함께 바다로 나가고 함께 바다에 묻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속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생명력과 비애가 파도처럼 출렁인다. 소금기 묻은 그 꾀죄죄한 이름은 시인의 말대로 참 슬프고도 아름답다.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조금의 시간이 있다. 비록 돈을 벌 수 없어도 조금 덕분에 조금아이들이 태어나고 조금전설이 태어나고 그렇게 조그만 바닷가의 삶은 계속된다.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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