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많은 가르침을 주는 고사성어들 가운데는 원래의 뜻이 후대에 변형된 것들이 적지 않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이 대표적이다. 이 말은 타지에서 크게 출세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본래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이 고사의 주인공은 초패왕 항우다. 항우는 관중을 차지하자 “내가 공을 세웠는데 고향에 돌아가 자랑하지 않으면 비단 옷을 입고 밤에 돌아다니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비단옷을 입었으면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사들은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관중을 지킬 것을 건의했다.
항우는 이런 건의를 묵살한 채 멀리 떨어진 고향을 찾았다. 그 사이 유방은 다시 관중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처럼 ‘금의환향’이라는 고사성어에는 오만으로 인해 치명적 실책을 저지르는 것을 지탄하는 뜻이 내포돼 있다.
요즘 한국이 탄핵정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좌고우면’(左顧右眄) 또한 그렇다. ‘좌고우면’이란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다’라는 뜻으로 어떤 일에 있어 앞뒤를 재고 결단하기를 망설이는 태도를 비유한다.
하지만 원래의 뜻은 이와 좀 다르다. 이 말은 조조의 셋째 아들 조식이 오질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래됐다. 조식은 편지에서 “이렇게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돌아보아도 사람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어찌 그대의 장한 뜻이 아니겠습니까”라고 썼다. 이처럼 좌고우면은 좌우를 살펴보며 자신만만해 하는 당당한 모습을 형용한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태도를 꼬집는 고사성어로 쓰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놓고 정치권이 머리를 굴리는 모습을 보이자 “좌고우면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단 야권은 탄핵에 총력을 모으기로 결정했고 여당 비박계도 우왕좌왕하다 일단 탄핵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정치인들은 입으로는 국가와 국민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모든 것인 부류들이다. 탄핵이 과연 자신에게 어떤 정치적 득실을 안겨줄지 머리를 굴리다 보니 우물쭈물 거리게 되는 것이다.
정말 정치인다운 정치인이라면 소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무엇이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분명한 소신이 있다면 우물쭈물하거나 좌고우면할 이유가 전혀 없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치 스타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는데 그 원동력은 다른 유력 정치인들이 탄핵 후폭풍 걱정 때문에 망설이고 있을 때 대통령 탄핵과 무조건 하야를 소신 있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선명성에 국민들이 호응하고 있는 게 ‘이재명 현상’이다.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탄핵은 정치적 보복 행위가 아니다. 국민들과의 계약을 헌신짝처럼 버린 악하고 어리석은 대통령에게 위임했던 권력을 당장 찾아와야 하겠다는 소유권과 자위권의 발동일 뿐이다. 그러니 국민들의 대리인인 국회의원들은 머뭇거릴 이유가 전혀 없다.
‘좌고우면하는 정치권’이라는 비판이 우물쭈물하면서 눈치 보기 바쁘다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원래 뜻대로 당당하고 거칠 것 없는 정치권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를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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