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성은 어떻게 함락됐나. 군사들로 하여금 성 주위를 6일 동안 매일 돌게 하고 제사장 7명에겐 각기 양각(羊角)나팔을 지정된 곳에서 크게 불게 한다. 7일째 양각나팔 소리가 들릴 때 백성들이 일시에 큰소리로 고함을 치게 한다.
이 같은 야훼의 명령을 따랐다. 그러자 견고한 성벽은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 성경의 기록이다. 믿을 수 있을까.
소리는 에너지다. 소리의 파장은 에너지 형태를 띠고 있어 일정한 진동을 줄 때 돌다리도 무너뜨릴 수 있다. 현대과학의 설명이다. 그뿐이 아니다. 소리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준다. 소리의 종류에 따라 신체활동은 물론 의지 행사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소리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없다. 소리는 의식의 현재상황에 기여를 하는 인자로 한 마음, 한 목소리로 기도하면 진동이 나타나고 세상을 바꾸는 무한한 에너지를 갖게 된다는 주장도 따르고 있다.
여리고성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꽤나 강고해 보였다. 거대한 요새와 같은 그 성을 둘러싸고 여섯 차례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가 거듭될수록 시위 참가자 수는 늘어 갔다.
여섯 번째 시위참가자 인원은 232여 만. 87년 6월 항쟁 때보다 2배가 넘는 인파라고 한다. ‘헌정사상 최다’로 일컬어지는 인파가 몰려 한 목소리로, 한 가지 구호를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이다.
촛불과 함께 울려 퍼진 그 소리가 마침내 공명현상이라도 일으킨 것인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친 그 국민의 소리에 법원도, 경찰도 길을 터주었다. 요리조리 눈치만 보던 정치권은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탄핵전열 합류를 망설이던 새누리당 비박계를 돌려세웠다. 친박계도 동요하고 있다. 탄핵표결 참가의사를 밝힌 친박계 숫자가 늘고 있다는 보도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시위, 그 현장에서 울려 퍼진 거대한 정음(正音)의 소리에 마침내 권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진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소리는 그러면 박근혜 퇴장과 함께 잦아들고 말까. 아니지 않을까.
“촛불을 계속 들어 시민혁명을 완성하자.” 제1 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에서 한 발언이다. 그렇지만 그는 평화시위에서 자유발언의 기회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그뿐이 아니다. 일부 운동권의 돌출적 행동에 대해서도 대중은 비판하고 규율하고 있다. 대형 시위가 벌어졌다하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등장한 게 반미구호다. 그 반미구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위의 또 다른 특징이다.
무엇을 말하나. 지금 국민은 예전의 온순했던 그 사람들이 아니다. 민주적으로 급격히 성숙한 무서운 존재들이다. 200만 명이 넘게 모여도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을 정도로. 그 무서운 시민들은 여야를 떠나 새로운 차원의 정치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촛불민심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막 진정한 의미의 시민혁명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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