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미 취업비자 수수료 인상 부당” WTO에 제소
▶ 트럼프 취임후 ‘미 근로자 보호’ 공표 맞물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TO 본부 전경.<사진=WT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 직후 미국인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외국인 취업관련 비자 문제를 우선 과제로 다룰 계획을 공표 <본보 11월 23일자 A1면 기사>한 가운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기된 ‘외국인 근로자 차별 정책 문제 해결’ 협의요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WTO 패널의 중재 결과가 미국 정부로부터 전문직 취업비자(H-1B)와 주재원 비자(L-1)를 발급 받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과 그들을 고용하는 미국 내 고용주(회사)들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분쟁은 지구촌 경제 질서를 유지하는 WTO에 특정 회원국의 ‘이민 정책’(Immigration Policy)이 회원국간의 '통상분쟁'(Trade Dispute) 문제로 공식 제기된 첫 사례로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세계무역기구
세계무역기구, 즉 WTO는 국제무역 확대, 회원국간의 통상분쟁 해결, 세계교역 및 새로운 통상 논점에 관한 연구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우루과이 라운드’(Uruguay Round) 다자간 무역협상의 타결로 마련된 ‘세계무역기구 설립을 위한 마라케시 협정’(Marrakesh Agreement Establishing The World Trade Organization)에 근거해 1995년 1월 1일 발족됐다. 기존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흡수, 통합해 명실 공히 세계무역질서를 세우고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948년 1월 23개국간 잠정적인 국제협정으로 발효된 GATT는 법적 기구로서의 성격을 갖지 못했고 많은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국제협정으로서의 법적 구속력이 제한돼 협정 참여국들의 불공정행위 및 자위적 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1989년 개시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GATT 체제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GATT 체제를 다자간 무역기구화 하는 작업을 협상과제로 채택했으며 결국 국제 무역분쟁에 대한 중재권과 세계무역자유화 역할을 강화시킨 WTO가 정식 국제기구로 탄생했다.
WTO가 법인격을 갖추고 회원국은 국내법을 WTO 협정에 일치시켜야 하기에 다자간 무역체제가 보다 강화됐다. 회원국은 한국을 비롯해 설립협정 발효시 가입한 76개국의 원회원국과 그 이후 추가로 가입한 일반회원국 등 총 164개국(2016년 7월29일 현재)이다. 모든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각료회의를 통해 임명된 사무총장이 대표하는 이 기구의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인도의 문제 제기
인도는 지난 3월 WTO의 분쟁해결 체계에 미국을 상대로 ‘협의신청’(Request for Consultation)을 공식 제출했다. 인도의 문제 제기는 미국 정부가 이민법에 따라 ▲L-1 과 H-1B 종류 비자를 신청하는 특정 외국인 임시 근로자들의 수수료를 인상한 조치와 ▲ 칠레와 싱가포르 국적자들을 위해 특정 개수의 H-1B 비자를 할당한 제도 관련으로 미국이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아래 WTO 회원국 모두가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불이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외국인 서비스 제공자들 사이, 또는 그들을 상대로 차별을 금지 한다”는 GATS의 ‘서비스 제공자 이동’ 관련 규정 부속서(Annex)를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WTO 내 일부 미국 관찰자들은 수년전부터 이미 미국 정부의 외국인 임시 근로자 비자 신청에 대한 수수료 인상과 그 이외 다른 이민법 개정 조치들이 GATS 위반 분쟁으로 붉어질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인도가 WTO에 미국을 상대로 분쟁 협의를 공식 요청한 편지를 회원국에 회람시킨 공고문.
■L-1과 H-1B 수수료 인상
미국법에 따라 외국인 임시 근로자를 미국에 “수입”(import)하려는 고용주들은 반드시 이민 당국에 관련 비자 신청서를 제출하고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10년 L-1 비자와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각각 2,250달러, 2,000 달러로 인상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지상사 또는 주재원 비자로 알려진 L-1은 외국에 있는 회사의 직원이 미국 내 같은 기업의 모회사, 계열사, 자회사에 관리자나 임원, 또는 전문지식인으로 임시 전근하는 경우 주어지며 H-1B는 전문직 종사자로 미국에 임시 취업하는 외국인들에게 발급되는 비자이다.
미국 의회는 2015년에 다시 또 L-1 비자와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각각 4,500 달러, 4,000 달러로 인상했다. 그러면서 새로 정한 수수료를 2030년 9월30일까지 적용키로 했다. 그 때가서 다시 또 인상을 고려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미국 정부의 연이은 수수료 인상 조치는 미국 내에서 50명 이상 직원을 두고 직원 절반 이상이 L-1 또는 H-1B 비자 외국인 임시 근로자인 회사에 한해 신청자(고용인)에 적용된다. 인도는 지난 2012년 미국의 2010년 수수료 인상 조치 문제를 WTO에 제기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으나 결국 미국 정부에 비공식 항의 전달로 그쳤지만 2015년에 수수료가 추가로 인상됨에 따라 올해 WTO에 미국을 상대로 분쟁중재를 공식 요청한 것이다.
인도는 L-1 또는 H-1B 수수료 인상 조치가 상당수 해당 비자 소지자들을 채용하는 미국 내 인도인 운영 IT 업계 회사들에 ‘비교적 불균형적’(comparatively disproportionate) 부정영향을 끼쳐 GATS 아래 WTO 회원국들 사이의 서비스 제공과 공급에 대한 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의 L-1과 H-1B 비자 수수료 인상 조치가 역시 GATS 아래 외국인 서비스 공급자와 내국인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부당 차별 금지 조항도 위반한다는 논리다.
■H-1B 비자 할당 개수
인도는 이외에도 미국이 2003년 칠레, 싱가포르와 각각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해 매해 칠레 국적자들에게 최대 1,400개, 싱가포르 국적자들에게 최대 5,400개 H-1B 비자를 별도로 할당함에 따라 WTO 회원국들간의 양자 협정이 다른 회원국들과의 서비스 무역에 전반적인 장벽을 높이는 것을 금지하는 GATS 규정 위반 문제를 함께 제기했다.
미국이 세계 외국인들에게 매해 할당한 총 6만5,000개 H-1B 비자 할당 개수에서 칠레와 싱가포르 국적자들에게만 특별히 배정한 6,800개가 줄어들어 다른 회원국들이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있음을 내세웠다.
미국이 외국과 체결한 총 14개 양자•다자 FTA 중 상대국 국적자에게 별도로 H-1B 비자 개수를 할당한 경우는 칠레와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한국도 미국과의 FTA 협상 과정에서 H-1B 비자 개수 별도 할당 조항 포함을 시도했으나 미 의회의 반대와 기존 이민법률 제한으로 인해 좌절됐다.
WTO 기록에 따르면 인도에 이어 같은 달 엘살바도르가 미국을 상대로 인도 편에서 분쟁에 가담키로 하고 WTO 협의요청 당사국에 추가 포함될 것을 공식 요청했다. 분쟁은 WTO 분쟁 해결 체계 절차의 첫 단계인 ‘협의’(consultation) 수준에 머물러 있어 분쟁 당사국들은 아직 WTO에 제각기의 구체적인 법률적 입장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와 관련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16일 의회에 제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문제가 제기된 법률이 WTO 책임과 완전히 일치 한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으나 인도 관리들에게 수수료 인상(문제)을 검토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RS 보고서는 또 “만일 분쟁이 공식 ‘분쟁해결패널’ 단계로 넘어갈 경우 나올 수 있는 한 가능 결론은 분쟁 법률이 GATS 책임과 불일치 하다는 해석과 함께 미국 정부가 GATS 이행에 맞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는 권고”라며 “이에 만일 의회가 해당 법률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WTO가 승인한 무역보복’(WTO-authorized trade retaliation)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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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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