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유권자 표를 얻은 대통령 후보는 누굴까. 바로 올해 선거에서 진 힐러리 클린턴이다. 선거가 끝난지 2주가 지난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보면 힐러리가 6,422만 표를 얻어 6,220만 표를 얻은 도널드 트럼프를 200만표나 앞서 가고 있다. 지난 2000년 앨 고어가 조지 W 부시보다 많이 얻은 50만 표의 4배에 달하는 숫자다.
그러나 아무리 표수가 벌어져도 선거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없다. 미국 대선은 총 유권자 표수가 아니라 선거인단 숫자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50개 주 가운데 메인과 네브라스카를 제외한 48개주가 승자 독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바람에 자기가 유리한 주에서 아무리 많은 표를 얻어도 한 표 더 이긴 것과 결과에서는 차이가 없다.
힐러리가 총 유효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졌다는 것은 이긴 주에서는 쓸 데 없이 많이 이기고 진 주에서는 아슬아슬 하게 졌음을 말해준다. 민주주의가 다수결로 승패를 가르는 제도라고 할 때 힐러리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미국 연방 헌법을 만든 사람들이 대통령을 뽑는데 선거인단이란 간선제를 택한 것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대중 선동가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무맹랑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이 유효표를 많이 얻더라도 학식과 덕망이 있는 선거인단이 이를 걸러내 자격 있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으라는 취지였다. 실제로 힐러리나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한 선거인단이 막상 선거인단 투표를 할 때 딴 사람을 찍는다 해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200년이 넘는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이렇게 중간에 말을 바꿔 탄 선거인단 멤버는 거의 없고 그래서 선거 결과가 달라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처럼 총 유효표와 선거인단 수가 다른 결과가 나올 때마다 연방 헌법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현실성은 별로 없다. 헌법을 바꾸려면 연방 상하원 2/3 지지에다 50개 주의회 ¾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연방 헌법을 바꾸지 않고 사실상 직접 선거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금 승자독식으로 돼 있는 제도를 총 유효표 비례로 바꾸는 것이다. 그 주가 승자독식이냐 아니냐는 연방 헌법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정부가 정한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50개 주중 최대인 55명의 선거인단을 갖고 있는 가주의 경우 현재는 승자 독식에 따라 55명이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가는데 유효표 비례로 갈 경우 절반 가까이를 공화당 후보에 나눠줘야 하는데 민주당에서 이를 찬성할 리가 없다.
후보자 입장에서 볼 때도 유효표 비례는 원하지 않는 방식이다. 미국이 50개 주로 이뤄져 있지만 사실상 대선을 좌우하는 것은 10여개 주다. 나머지 40개주는 사실상 대선 전 승부가 이미 나 있다. 따라서 후보들은 이들 10개 주에 대선 캠페인을 집중하는 것이 보통이다.
승자 독식이 아니라 비례제로 하면 후보들은 50개주를 다 돌아다녀야 한다. 돈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견디기 힘든 부담이다. 이래저래 비례제는 현실적으로 채택하기 어렵게 돼 있다. 힐러리는 억울하겠지만 선거인단과 승자독식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 대선 제도는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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