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에서 언제든 핵전쟁 터질 수 있다”
김인룡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신임 차석대사가 7일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1차 유엔총회 본회의에 참석해 연단에 올라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에 대한 ‘국가대표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유엔TV>
김인룡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총회 데뷔 발언
“미국이 정치·경제 압박수위 강화한 때문”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 비난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또다시 한반도 핵전쟁을 위협하고 나섰다.
김인룡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7일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1차 유엔총회 본회의에 참석해 안전보장이사회를 위주로 국제사회가 북한 체제를 상대로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포괄적 제재를 강력히 비난하며 한반도에서 언제든지 핵전쟁이 터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김 차석대사의 이번 발언은 유엔총회가 ‘안보리 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토의에서 연단에 올라 발표한 ‘국가대표단 성명’(Statement of Delegation)으로 나온 것이어서 북한 당국의 입장을 모든 회원국에 공표했다는 점이 과거 총회 위원회 회의들에서의 언급된 위협과 차원이 다르기에 주목된다. 특히 안명훈 차석대사의 후임으로 지난 4일 뉴욕에 부임한 김 차석대사가 업무에 착수한지 불과 3일 만에 강경발표를 하며 유엔총회 무대에 공식 데뷔해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차석대사는 자성남 현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2011년 주영국 북한대사관 대사로 활동할 당시 함께 런던 소재 대사관에서 ‘해사담당’(Maritime Affairs) 참사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핵전쟁 위기는 미국 때문
유엔총회 제43차 본회의에서 이날 오후 3시50분 연단에 선 김 차석대사는 세계 곳곳에서 평화와 안보, 인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가 이들 문제를 타당하게 다루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이는 매우 폭발적인 상황이 존재하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안보리의) 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비난했다.
김 차석대사는 그러면서 “전쟁 직전으로 몰아부처지고 있는 한반도는 극도로 악화된 긴장상태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는 소위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존엄 높은 주권국가(북한)를 질식시키려는 목적으로 전례 없는 정치, 군사, 경제 고립과 압박 수위를 극도로 강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언제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위협했다.
김 차석대사는 또 “미국은 해마다 계속해서 핵 선제공격을 목적으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북한)에 대한 군사위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훈련을 빌미로 남한에 계속해서 핵 폭격기와 핵 잠수함과 같은 전략적 핵 자산을 배치해온 것에도 만족해하지 못하고 올해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남한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도 책임
김 차석대사는 이어 북한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를 통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국제평화와 안보를 저해하고 있음을 주장하며 수차례에 걸쳐 안보리에 문제를 의제로 다루는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사례를 기억한 뒤 “그러나 안보리는 핵전쟁 참화가 터져나 한반도와 세계를 삼켜버릴 수 있는 한반도의 엄중한 현실 앞에서마저도 매번 입을 굳게 닫고 침묵했다”고 꼬집었다.
김 차석대사는 “제기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엔헌장에 따르면 안보리는 국제평화와 안보가 파괴됐거나 그러한 위협이 존재하는 어떤 관련 상황도 다루도록 돼있다”며 “하지만 오로지 DPRK의 핵 실험과 평화적 인공위성 발사만을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결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결의’를 채택한 뒤 ‘결의 위반’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우리의 자위적 방어 대응 조치들을 계속 문제 삼아 ‘제재 결의들’을 추가로 더해왔다”고 불평했다.
김 차석대사는 그러면서 “우리는 유엔헌장과 국제법 그 어디에서도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가 국제평화와 안보 위협이 된다고 규정한 단 1개 조항도 찾아볼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어느 특정 국가들만이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규정한 단 1개 조항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정당화하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유엔 사무국도 문제
김 차석대사는 “따라서 안보리의 DPRK에 대한 소위 ‘제재 결의들’은 안보리가 1개 특정 상임이사국(미국)의 정치적 목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유엔헌장을 오용하는 직권남용임으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역시 대내외적으로 선전해온 기존 주장을 재차 확인했다.
김 차석대사는 “이와 관련 DPRK는 유엔 사무국에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들’의 적법성에 대한 견해를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으나 사무국은 아직까지도 이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김 차석대사는 이어 “DPRK는 반세기가 넘도록 자국민 머리위에 핵폭탄을 두고 살아온 세계 유일한 국가이다”며 “그러기에 유엔 안보리는 우리가 국가와 자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제조한 자위적 방어 핵전쟁 억제를 문제 삼을 아무런 법률적 또는 도의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차석대사는 결국 안보리 개혁은 안보리의 공평성•객관성•평등성을 보장하는 방향, 비동맹운동(NAM)과 개발도상국이 충분히 대표되는 원칙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임이사국 일본은 반대
8일 오후(서울 시간) 한국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한, 미, 영 공군 연합훈련 ‘무적의 방패’ 훈련에 대한민국 공군 F-15K(가운데), 영국 공군 타이푼(왼쪽), 미국 공군 F-16 전투기(오른쪽)가 활주로에 주기되어 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김 차석대사는 또 “DPRK 대표단은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는 유엔에 대한 모독이자 인류의 양심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일본은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을 무력 침범하고,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모든 것을 불사르고, 약탈하고, 특히 엄청나게 끔찍한 반인도적 범죄인 성노예 범죄를 행한 A급 전쟁범이다”고 규탄했다.
김 차석대사는 그러면서 “일본은 유엔 안보리 개혁 논의에 참여하기에 앞서 과거 범죄를 반성하고, 성의를 갖고 청산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앞서 이날 오전 연단에 오른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도 ‘국가대표단’ 성명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꾀하는 일본, 인도, 브라질, 독일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개혁 구상이 아니라 선거로 선출되는 순회 비상임이사국 확대 개혁 구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대사는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반인도적 범죄에 책임을 묻는 결의안 표결에 거부권 행사를 금지하는 프랑스와 멕시코의 개혁 제안에 지지를 표명해 안보리가 유엔총회 권고에 따라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시킬 수 있도록 가능케 하는 개혁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한국, 미국, 영국 공군은 8일(서울시간)부터 10일까지 한국에서 ‘무적의 방패’(Invincible Shield)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의 F-15K, 미국의 F-16. 영국의 다목적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참가한다. 한국이 국내에서 미국 이외의 국가와 공중전투기동 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언론보도들에 따르면 3국 공군은 훈련에서 가상의 적 군사시설과 지휘부를 정밀 타격하고 대량으로 공격해오는 적 항공기를 공중 요격하는 연습을 한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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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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