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시간에 쫓기며 강의 준비를 하다 어느 부분을 간과한 적이 있었다. 그냥 넘어 갔으면 별일 없었을 텐데, 하필 그날 한 학생이 딱 그 부분을 짚어서 질문을 했다. 내 지식에 자신이 없던 나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려주겠다고 하고 수업을 마쳤는데 집에 오는 내내 철저하지 못했던 나에게 화가 났다.
강의 준비라는 게 열심히 한다고 해도 막상 강단에 서면 잘 안 풀리는 때가 있다. 준비했던 예시가 생각이 안 날때도 있고, 해야 할 말을 잊어버릴 때도 있다. 하지만 준비를 제대로 못해 벌어진 일은 온전히 내 책임이다.
며칠 째 글이 안 써져 썼다 지웠다만 반복하고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한참 쓰다 보면 별거 아닌 내용인 것 같고, 더 근사해 보이는 것들에 목말라 할 때가 있다. 마감은 다가오고, 그러다 마음에 드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다. 남과 비교하지 말아야 행복하다고 써 놓고 어느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시간을 갖고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할 때, 밤새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충혈된 눈으로 하루 종일 클라이언트와 진행한 일이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지 못할 때,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허덕이는데도 하는 일의 결과가 보이지 않고 그 원인이 나의 능력 부족인것 같을 때… 자책을 넘어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느낀다. 이대로 점점 바닥으로 꺼져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안타깝게도 그 답을 찾아줄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구겨진 자존감을 되찾는 일도, 무너진 자신감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모두 내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 이 또한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럴 때 내가 택한 자신감 회복 방법은 며칠만이라도 내가 정말 잘하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영화 몇 편 연달아 보기, 불량식품 끊임없이 먹기, 하루 종일 꿈쩍도 안하기 등등.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한다. 잘못된 일이나 하지 못한 일들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일들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에 좋은 평을 받았던 프로젝트를 꺼내보기도 하고, 좋은 강의 감사하다는 학생들의 이메일이나 클라이언트의 메모를 읽어보기도 하면서 서서히 나의 모습을 찾아간다.
자신감은 스스로 긍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스로를 긍정할수록 재능과 능력이 집중되고, 이는 곧 뜻하는 바를 이루는 밑거름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타인에 비해 부족해만 보이는 나 자신도 견딜 만하다. 목표 지점에 도착하기 위해 참고 견뎌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비감스러울 것도 없지 않나.
철학자 페터 비에리는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 돌봄’이라는 책에서 진짜 나를 찾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 방법으로 사소한 일상 속의 나를 관찰할 것을 제안한다.
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싶은지, 아니면 혼자 조용한 카페에 앉아 있고 싶은지. 치열하게 진행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때 더 행복한지, 가족들과 모여 저녁을 먹을 때 더 행복한지…
그렇게 순간순간에서 내가 자신 있고 행복한 순간들을 찾고 그 순간들을 조금씩 늘려 가면 될 일이다. 사소한 하루하루의 행복이 쌓여서 인생 전체가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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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조/ 마케팅 교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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