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쇼, 마무리로 등판해 프로 통산 첫 세이브 기록
"이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8번만 더 이기면 되나요?"
경기를 마친 현역 최고의 투수 클레이턴 커쇼(28·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옷에서 뚝뚝 떨어지는 액체의 정체는 동료들이 승리를 자축하며 뿌려댄 샴페인과 맥주다.
에이스 선발 투수인 커쇼는 13일 2008년 메이저리그 입문 이후 처음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4-3으로 앞선 9회말 1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5차전에서다.
'마무리' 커쇼가 뒷문을 걸어 잠그면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CS) 진출을 확정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경기를 마친 커쇼는 감격에 젖어 말까지 더듬었다.
커쇼는 구단 관계자가 "(오늘 승리는) 비현실적이야"라고 외치며 자신을 끌어안을 때도 멍해 있었다.
커쇼는 소감을 묻는 취재진한테 "기, 기분이… 좋네요"라고 겨우 답했다.
커쇼가 자기 보직인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것은 불과 이틀 전이다. NLDS 4차전에서다.
당시 다저스가 6-5로 승리해 커쇼도 위안을 얻었지만, 6⅔이닝 동안 7안타를 내주고 5실점 하는 그저 그런 투구 내용을 선보여 자존심이 무너졌다.다저스와 워싱턴은 5전 3승제의 디비전시리즈에서 2승 2패로 5차전에 나섰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면 전원이 짐을 싸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자칫하면 팀이 역전당해 올해를 마감할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치자 더그아웃의 커쇼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 앞에 섰다.
"저 오늘 던지고 싶어요"가 커쇼가 감독에게 한 말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현지 기자들한테 "오늘 커쇼가 공을 던질 가능성은 제로"라고 공언했다.
불과 이틀 전 선발로 나서서 아직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아무리 커쇼라지만 '불펜'이라는 낯선 보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팀의 보물인 커쇼가 무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한테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선 로버츠 감독은 에이스의 자진 등판을 허락했다.
로버츠 감독은 "커쇼가 마운드에 나가 그가 갖춘 모든 능력을 발휘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9회말 1사 1, 2루에서 등판한 커쇼는 결국 공 7개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고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다저스는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승제)를 치른다.
여기에서 이기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승리 팀과 대망의 월드시리즈(7전4승제)에서 맞붙는다.
커쇼는 혼잣말처럼 "이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8번만 더 이기면 되나요?"라고 중얼거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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