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경제적 양극화의 원인은 무수히 많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경제 시스템과 부자들에 유리한 조세 제도 등 ‘승자독식 구조’가 가장 빈번하게 지적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는 것은 부자와 가난한 계층 간에 존재하는 교육격차이다.
자녀 교육에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고등교육을 위해 매년 미국인들 평균 소득을 훌쩍 넘는 액수의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은 교육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면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와는 자연히 멀어지게 되고 부모의 가난은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대물림 된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부모의 재력격차는 자녀들의 학력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소득격차를 한층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말이다.
스탠퍼드대학 숀 리어든 교수의 연구는 이런 현상을 확인시켜 준다. 리어든 교수가 1960년대 이후 실시돼 온 표준화 된 시험들의 성적을 분석해 본 결과 빈부계층 자녀들 간의 성적격차가 40% 넘게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흑백 가정 자녀들 간의 성적격차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인종 간 교육격차보다 소득계층 간 성적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고교시절 성적차이도 문제지만 교육격차를 더욱 부추기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는 대학학비다. 경기침체도 아랑곳 않고 사립대학들의 경우 기숙사비를 포함한 연 학비가 5만달러를 넘어선지 오래다. 오는 2020년이면 일부 대학 학비가 10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 가운데 11월 선거를 앞두고 중산층 이하 계층 자녀들에게 대학학비를 면제해 주겠다는 파격적 공약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대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연소득 12만5,000달러 미만 가정의 공립대 학비 면제 공약을 내놓은 데 이어 캘리포니아 연방상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 카말라 해리스 후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14만달러 미만 가정 자녀들에게 공립대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20일 밝혔다.
공립대 등록금 면제는 대학교육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모든 계층 자녀들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겠다는 취지의 공약이다. 학비 걱정을 하는 가정들에게는 희망의 약속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만약 이 공약이 현실화 된다면 그것은 미국 경제 전반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위 소득계층 자녀들의 학력을 높이는 것은 미국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OECD 국가들 가운데 수학과 과학 실력이 24위인 미국 학생들의 수준을 7위인 캐나다 수준으로 끌어 올리면 오는 2050년까지 미국의 GDP가 6.7% 더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가장 열렬히 지지하는 계층은 백인 저소득층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처지에 대한 분노를 트럼프 지지로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조금만 냉정히 자녀들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보다 실질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정당은 민주당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투표는 이성이 아닌 감정의 행위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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