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놓고 북-일간 잇단 설전
UNFPA 회의 이어 UNICEF 회의서 2차공방
일, “국제사회 지원받아 핵개발 투입”
북, “군사성노예 만든 국가의 인권발언은 모독
북한과 일본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문제를 놓고 또 다시 설전을 벌였다. 이달 들어 이미 두 번째 이다.
첫 번째는 지난 7일 유엔인구기금(UNFPA)이 올해 말 종료되는 북한 국가프로그램에 대해 마련한 새로운 5년 주기(2017년 1월1일∼2021년 12월31일) 활동 계획 및 예산안을 심의하는 운영이사회 2016년 후반기 정규회의에서였다.<본보 2016년 9월14일자 A8면 기사>
이번에는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새로운 5년 주기 북한 국가프로그램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발생했다. 설전은 일본이 꺼낸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 카드에 북한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카드를 들이대며 반박하는 사태로까지 확산됐다.
■유니세프 북한 국가프로그램
북한과 일본 주유엔 대표부가 벌인 두 번째 공방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 운영이사회가 지난 14일 유엔본부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회의실에서 가진 2016년 후반기 정규회의 도중 발생했다. 이사회는 이날 유니세프가 올해 말로 종료되는 북한 ‘국가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 제출한 새로운 5년 주기(2017년 1월1일∼2021년 12월31일) 활동 계획 및 예산안을 심의했다.
유니세프를 대표해 총 7,137만2,000 달러 예산 규모의 새로운 북한 국가프로그램 계획안을 이사회에 제출한 카린 헐쇼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장은 이날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가프로그램은 유엔 제재위원회의 지시 틀 내에서 임산부와 아동 보건, 영양, 깨끗한 식수, 위생과 통계 등을 포함해 철저히 인도주의적과 생명구조 예방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헐쇼프 소장은 또 “이 국가(북한)는 계속해서 연장되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지난 2년간의 가뭄과 이제는 홍수로 인해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문제는 (주민들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질 좋은 서비스 접근 제한으로 더욱 복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헐쇼프 소장은 그러면서 “본인은 이번 국가프로그램 계획안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에 의해 개발, 승인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와 완전히 맞춰지도록 보장하기 위해 (북한) 정부와 파트너들이 함께 검토했음을 확인 한다”며 “그 외에도 유엔(이 북한과 체결한) 전략적구조의 4개 전략 기둥 틀 내에서 개발됐다는 점과 오로지 인도주의적 지원에 정밀 초점을 두고 있음을 반영하기 위해 이전 주기 프로그램 예산보다 줄어든 예산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니세프가 승인 받아 실시하고 있는 현 주기(2011년 1월1일∼2015년 12월31일•2016년 12월31일까지 1년 연장) 북한 국가프로그램은 총 1억2,814만7,000 달러 예산 규모로 930만5,000 달러는 정규예산에서, 나머지 1억1,884만2,000는 특정 목적을 위한 기부금 형식의 이외예산으로 구성됐다.
유니세프는 이번 새 주기 북한 국가프로그램의 총 7,137만2,000 달러 예산 중 1,273만5,000 달러는 정규예산으로, 나머지 5,863만7,000 달러는 이전과 같이 특정 목적을 위한 기부금 형식의 이외예산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자성남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는 “유니세프의 효율적인 지원으로 작성된 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프로그램 계획은 유니세프와 운영이사회 회원국들, 그리고 상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국과 집행 기구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 결과로 우리가 지속가능개발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할 적절한 문건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를 대표해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지원을 제공해온 유니세프와 기부 국가들에게 다시 또 감사의 뜻을 표명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에 유니세프가 제출한 새 북한 국가프로그램을 승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일본의 이의 제기
이에 히로시 미나미 주유엔 일본대표부 차석대사가 나서 문제를 제기했다.
미나미 차석대사는 “지난 주 UNFPA 운영이사회가 새 북한 국가프로그램을 승인했는데 그 직후 북한은 유감스럽게도 올해 들어 제2차, 총체적으로는 제5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북한은 올해만 21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러한 활동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여러 결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일본을 포함해 여러 국가들이 강력한 규탄 입장을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미나미 차석대사는 이어 “본인은 이 이사회를 정치적 논의의 장으로 만들 의도는 추호도 없다”며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사용될 수 있었던 수억 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 이 같은 활동(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투입됐다는 점을 강하게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여러 어린아이들이 영양실조, 식량부족, 질병과 깨끗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며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 국가들은 기부국가들과 국제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앞서 문제해결에 자체적으로 최대한 노력할 것이 기대되고 있고 더 나가서 모든 국가들은 2030년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특정 국가의 예산 배분 문제는 자주권으로 타국 또는 국제기구가 간섭할 바가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그 국가가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활동에 막대한 돈을 퍼부으면서 돌아서서는 국제기구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며 “우리가 그러한 지원의 정당성에 대해 우리의 후원자들, 우리 국민과 우리 자신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반박
그러자 조동현 주유엔 북한대표부 서기관이 발언권을 얻어 “우리가 성스러운 인도주의적 지원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일본 대표가 지난주에 이어 다시 또 이를 정치화 했기에 본인도 일본과 관련된 정치적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은 유엔에서 남들에게 아동과 여성 복지, 권리 보호에 대해 언급할 그 어떠한 윤리상의 자격도 없다. 인류 역사에 ‘군사 성노예’(military sex-slave)라는 치욕스런 용어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다름 아닌 일본이기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조 서기관은 또 “일본은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 전쟁범죄 국가로 아직도 남아있고 조선과 필리핀을 포함해 여러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해 수십만 명의 여성과 여자 아이들을 군사 성노예로 강요함에 따른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는데 현재까지도 피해자들에게 진실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 성스러운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그 같은 전쟁범죄국가로부터 소위 인권 또는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발언을 듣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독이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본인은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인도주의적 문제를 정치화한 일본 대표의 무책임하고도 도발적인 발언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 한다”며 “그 어떠한 경우에서도 앞으로는 인도주의적 문제가 절대로 정치화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헐쇼트 사무소장도 “우리의 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활동은 안보리 결의와 유엔 제재위원회 규정을 전격 준수하고 있다”며 “유니세프는 정규적으로 현장방문을 하고 있고 방해 없는 접근을 약속받았다”고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북한 대표부와 유니세프 모두는 북한이 자국민 민생 보건복지 개선 지원에 사용할 수 있는 거액의 돈을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쓰고 있다는 일본의 근본적인 지적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회피했다.
이사회는 하루 뒤인 지난 15일 북한을 포함해 유니세프가 제출한 23개국 국가프로그램 계획안을 모두 이의 없이 승인했다. 따라서 이사국인 일본의 문제 제기는 유니세프의 대북 지원 활동을 실제로 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지원이 인도주의적으로 제공, 사용되도록 더욱 철저한 감시 강화를 주문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체제 선전 매체들을 총동원해 최근 발생한 홍수피해 소식을 대내외에 연일 전하며 국제사회의 긴급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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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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