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 잠정적인 휴전이 성립되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아사드의 정부군과 이에 저항하는 여려 계파의 게릴라 집단들을 설득한 결과라고 한다. 이 휴전이 얼마나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이 얽히고설킨 살육과 파괴 속에서 고난 받는 시리아 인들을 위해서는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푸틴(Putin)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와 미국의 예상을 뒤엎고 시리아에 러시아 공군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육해군을 파견한 것이 벌써 만 일 년 전 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하고 철수했던 것처럼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서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될 것 이라고 러시아의 개입을 조롱했었다.

미국이 직접 러시아의 내전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한 듯하다. 아사드 정부가 게릴라들이 숨은 도시에 독가스를 살포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넘어서는 안 될 금기의 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미국의 군사개입을 선언했었다. 민간인의 살육을 일삼는 아사드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때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가 보유한 모든 화학무기를 러시아로 옮기는 조건으로 중재에 나서서, 한편으로는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는 것을 막았다.

미국은 외교전에서 보기 좋게 푸틴의 펀치에 한 방 얻어맞고 물러선 것 이다. 푸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예상 밖으로 시리아에 직접 군사개입을 단행한 것이다. 실제로 위험한 모험인 것이 사실이었다. 서방의 많은 외교 군사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복잡한 시리아 내전의 현실을 잘 모르고 내린 결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난 오늘 러시아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는 중동에서 국제적 중재자로서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을 강화하였고, 러시아가 지원하는 아사드 정권이 안정을 되찾도록 지원하고 게릴라 집단에게 잃어버렸던 지역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란과 협조를 강화하여 전례 없이 이란 공군기지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발진하여 시리아 반군들과 ISIS를 폭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란은 예나 지금이나 외국군에게 자신의 군사기지를 제공한 역사가 없었다. 또 다른 푸틴의 외교적 승리인 셈이다.

무엇이 푸틴의 외교와 오바마의 외교가 이토록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일까? 미국은 시리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이나 목표가 없어 보인다. 아시드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 목표라면 그 정권이 무너진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라크에서 실패한 것처럼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미국식의 민주 정부를 세우겠다는 소위 국가 건설 (Nation Building)을 반복 하려는가? 푸틴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사드 정권을 강화한 푸틴은 러시아 없는 국제회의나 시리아 평화협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확실하게 인식시켰다. 이란과 터키와 외교적 마찰을 줄여 가면서, 우크라이나를 통하지 않고 유럽과 인도 지역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가스파이프 루트를 실질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 외교 정책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오바마는 푸틴에게서 배워야 할 듯하다.

<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