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i Liebegott(1971- )
▶ 임혜신 옮김
너와 함께 늙고 싶어.
아주 오래 오래, 늙어서
쇼핑카트를 지팡이처럼 의지해 다닐 때까지
팔꿈치가 낡은 파란 스웨터를 입고
난 계산대에서 널 기다릴 거야, 미소 지으며
네가 하루 지난 빵을 사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지
캐시어는 내가 기다리는 동안 이발사 유머를 들려주겠지
세 번이나 첫 번째 구절을 반복하지만
나는 그저 ‘이발사’라는 말만 알아들을 수 있지
몸집이 작아지고 등이 굽는 오랜 동안
우린 함께 했지
너는 거의 딱딱해진 크롸상 봉지를 손에 꽉 쥔 채
딴 계산대에 가서 나를 찾느라고 기웃거리고
내가 처음 너의 손을 잡았을 때 너의 손은 어마어마하게 컸어
거족인간이네, 하면서 널 놀렸었지, 백만 년 전이었어
여기야 여기, 나는 소리를 지르지만 화가 난 것 아니지
웃어버리는 우리들,
너의 코트에 꽂힌 밝은 노란색 핀에 쓰여 있는. 샬롬
경로 우대 할인해주세요, 요구하는 너
캐시어는 벌써 알고 있어.
우린 모두가 좋아하는 손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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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마켓에서 캐시어로 일했던 이 시인은 노인 우대 할인을 이용하는 손님들을 대하면서 자신과 여자 친구가 함께 늙어가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함께 늙어가는 사랑은 귀하다. 그런 사랑을 꿈꾸는 이들도 소중하다. 세월을 따라 변하는 것이 세상 모든 것의 이치라지만, 사랑의 철석같은 약속이 온 데 간 데 없어진다면 어찌 허무하지 않으랴. 할인판매 하는 빵을 사는 힘없고 가난한 노인이 되어버린 그날에도 둘이 같이 살고 싶다는 사랑의 고백이 건강하고 믿음직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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