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잇단 핵 도발, 유엔 인도주의적 지원까지 막아
조동현 주유엔 북한대표부 2등 서기관이 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인구기금 북한 지원 프로그램 승인 회의에 참석해 문제를 제기한 일본 대표의 발언에 반박하고 있다.
UNDP, 현 지원프로그램 올해말 중단 공식 확인
일본,“결의 위반하면서 손 벌리는 격, 비상식적”
회원국 대북지원 이의제기 갈수록 늘어
북한이 국제사회의 단합된 자체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하고 있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유엔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활동까지 저해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현 주기 대북지원 프로그램(2011∼2015, 추가 1년•2016년)이 올해 말로 일단 중단됨이 공식 확인됐다.<본보 2016년 8월 31일 A14면>
UNDP•UNFPA(유엔식량기금)•UNOPS(유엔오퍼레이션서비스국) 운영이사회는 6∼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2016년 후반기 정규회의를 가졌지만 UNDP의 2017년과 그 이후 북한 ‘국가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는 하지 않고 휴회했다. UNDP가 관련 활동계획예산안을 이사회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UNDP
운영이사회의 다음 회의는 내년 1월31일∼2월3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UNDP가 그때 가서 이사회에 대북 지원활동 재개를 신청할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올해 말로 중단되는 UNDP의 대북 지원활동이 2017년과 이후 계속될지 사실 불투명한 상태이다.
운영이사회는 지난 2011년 전반기 정규회의에서 UNDP의 현 5년 주기 대북지원예산으로 총 4,329만 달러를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집행하기 위해 평양에서 활동해온 UNDP는 프로그램 운영기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함에 따라 여러 어려움을 겪어왔다.
UNDP는 특히 현지 은행결재, 관련 지원 물품 및 장비 수입 운송 등에 차질이 빚어져 각종 프로그램을 지연 중단, 또는 대폭 축소해야만 했다. 운영이사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평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엔기구들 중 “북한 개발”에 초점을 둔 UNDP 활동이 안보리 대북제재에 저촉되는 부분들이 있어 일부 이사국들이 계속 활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유엔은 2010년 북한과 ‘2011년∼2015년 상호협력’ 계약을 체결해 현재 평양에 UNDP를 포함, 총 6개 유엔기구들의 사무소를 운영하며 대북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당시 합의된 계약 내용에 따르면 유엔은 북한에 5년간 사회발전, 지식과 개발관리 협력, 영양, 기후변화와 환경 등 4개 우선 전략분야에 있어 구체적으로 북한에 식량을 직접 지원하는 세계식량계획(WFP)을 제회하고도 총 2억8,830만 달러 규모 지원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북한은 유엔기구들의 이 같은 활동을 지원, 협력키로 했다. 이 계약 역시 지난 해 말 만기일을 앞두고 1년 연장돼 올해 12월31일로 종료된다.
현재 평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엔기구들은 타판 미슈라 UNDP 평양사무소장이 주북한 유엔 상주조정관직을 겸하며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안보리 결의들을 전면 배격하며 자국 예산을 주민들의 기본 생활 지원이 아닌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투입해오고 있어 매해 유엔의 인도주의적 활동 예산을 기부하고 있는 회원국들의 대북지원에 대한 이의 제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이 운영이사회에 승인을 요청한 2017년-2021년 새 5년 주기 북한 국가프로그램 계획안.
■UNFPA
실제로 UNDP•UNFPA•UNOPS 운영이사국인 일본은 7일 오전 유엔본부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회의실에서 열린 후반기 정규회의에 참석해 UNFPA가 제출한 새 5년 주기(2017년 1월1일∼2011년 12월31일) 북한 국가프로그램 계획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대표는 이날 구체적으로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은 올해 4번째 핵실험을 했고 21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는 유엔 안보리의 여러 결의를 위반한 행위뿐만이 아니라 수천, 수억 달러라는 상당한 돈을 투입한 활동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예산 배정이 매우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북한 정부가 자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자국민의 인도주의적 문제, 그리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물론 일각에서는 국가가 자국 예산을 어디에 투입하는가의 여부는 타국, 또는 국제사회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 자주권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그 국가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활동에 막대한 돈을 쓰면서 돌아서서는 우리(유엔)와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고 지원을 해달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고 꼬집었다.
일본 대표는 이어 UNFPA가 북한 국가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첫째, 활동 자체가 인도주의적임을 기억하고, ▲둘째, 모든 활동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 요구되는 관련 수출 허가 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셋째, 북한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도록 철저하고 확실하게 감시 할 것을 주문했다.
이사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일본 대표의 발언은 상당수 이사국들의 견해를 대표로 나서 표한 것으로 앞으로의 모든 유엔 대북지원 승인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북한 대표는 "일본 대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유엔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성스러운 인도주의적 지원을 놓고 이를 정치화 하려고 한 발언에 대해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유엔 안보리가 적용한 제재가 명확하게 명시했듯이 이러한 문제가 여기에서 제기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처럼 보듯이 유엔 안보리 제재가 지난주기에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에 얼마나 크고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평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6개 유엔 기구들은 올해 초를 시작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인해 은행거래 문제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데 재한을 받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본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서 우리 당국이 UNFP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리공민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활동을 최대한 지원할 것을 또 다시 재차 확약 한다”며 “이사국들이 새 주기 프로그램을 검토 승인해주면 우리는 UNFPA와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켜 어려움에 처해있는 우리공민들이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받도록 노력할 것을 분명히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UNFPA 아시아태평양지국장도 “일본 대표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깊게 주시하고 새 주기 프로그램을 집행하는데 적극 적용토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북한 관련 당국과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논의하고 실행에 옮기도록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일본은 심의가 끝난 뒤 이어진 UNFPA의 새 주기 북한 국가프로그램에 대한 승인표결 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따라서 UNFPA는 2017년 1월1일을 시작으로 평양에서 새 주기 북한 국가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되는 첫 유엔 기구가 됐다.
앞서 UNFPA는 이번 운영이사회에 올해 말 종료되는 현 5년 주기 프로그램 연장을 위해 총 1,100만 달러 예산 규모의 2017년 1월1일∼2011년 12월31일 새 5년 주기 프로그램 계획안을 제출해 승인을 요청했다.
한편 역시 평양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오는 14∼16일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자체 운영이사회의 2016년 후반기 정규회의에 총 7,137만2,000 달러 예산 규모의 2017년∼2021년 새 주기 북한 국가프로그램 계획안을 제출해 승인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6월13∼17일 이미 로마에서 열린 운영이사회 2016년 연례총회에서 2016년 7월1일∼2018년 12월31일 북한에 15만835 톤(ton) 식량을 지원하는 1억2,586만2,595 달러 예산 규모 ‘연장구호회복작업’(PRRO) 활동 계획안을 승인 받아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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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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