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김
너와 사랑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너와 사랑에 빠져
남해 매몰도쯤에 가서
한 보름쯤 박혀 있으면 어떻게 될까?
아내는 제 것을 뺏겼다고
아우성을 칠까?
제자들은 딸 같은 처녀와 달아난 교수에게
저주를 할까?
그러면 미쓰 김 아무도 몰래
한 반 년쯤 그렇게 푹 사랑에
처박혀 있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아내는 내가 돌아오도록
밤새도록 철야기도를 드리고
제자들도 그쯤 되면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고
마음이 누그러들질까?
그러면 미쓰 김
우리 한 10년쯤
아예 그렇게 지내면 어떨까?
온 세상이 우리를 다 잊고
우리도 이 세상 다 잊을 수 있는
그때까지 미쓰 김
두 개의 작은 섬으로
파도에 발이나 닦으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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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라진 뒤의 지구 모습을 그린 다큐멘터리 필름 ‘Population Zero’가 생각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구는 문명의 자취를 하나씩 지우고 마침내 푸른 제 모습으로 돌아간다. 미쓰 김과 교수의 불륜은 1년 후, 10년 후, 혹은 100년 후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 오늘의 무성한 소문과 비판과 아픔들은 그저 오늘의 것일 뿐이 아닌가. 눈 한번 껌벅이면 다다를 저 먼 후일, 소문도 비판도 잠든 지 오래인 그때, 이들의 도피행각은 어느 날 어느 곳에 일어났다 사라져버린 또 하나 티끌보다 작은 자연현상이었을 뿐일 것을.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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