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접하기 시작한 일본 드라마를 가끔 볼 때마다 같은 동양권이면서도 우리와 일본의 문화가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선 가족 관계가 끈끈한 우리네와 달리 일본인들의 가족 관계에는 일정한 거리가 존재한다. 형제자매는 물론이고 부모와 자식들 간에도 그런 것이 느껴진다.
또 하나 한국과 다른 것은 음식이나 술을 먹고 난 후 각자 자기가 먹은 만큼 계산하는, 이른바 ‘더치페이’ 문화다. 하다못해 차 한 잔을 같이 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중간에 일찍 자리를 떠야할 경우에는 자기 찻값을 놓고 일어선다.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들이 회식하는 자리에서도 그렇다.
같이 먹을 경우 윗사람이 계산하거나 먼저 먹자고 한 사람이 돈을 내는 한국식 문화와는 완전 다르다. 직급과 신분에 상관없이 각자내기가 기본이다. 심지어 가족들이 외식할 때조차 더치페이를 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생소하게 여겨졌지만 자꾸 보다보니 “서로 동의만 한다면 좋은 점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문화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이 법안을 만든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김영란법은 더치페이법”이라고 간명하게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각자 자기가 먹은 만큼 내는 문화가 정착이 된다면 부정청탁과 잘못된 접대문화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을 거란 얘기다.
미국에서는 더치페이가 보편화돼 있다. 직장 동료들끼리 어울려 밥 먹을 경우에도 보통 계산은 따로 한다(하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dutch pay란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go dutch란 표현을 쓴다). 이와 달리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한인들만 모여 일하는 직장에서는 윗사람이 내거나 먼저 먹자고 한 사람이 부담하는 한국식 계산문화가 아직은 일반적이다.
한국에서도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점차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더치페이 계산을 도와주는 앱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한 사람이 일단 돈을 내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 몫을 간편송금 모바일 앱을 통해 계산한 사람에게 보내주는 방식으로 더치페이를 하기도 한다.
‘김영란법’과 맞물려 이런 문화가 한국사회에서도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부정청탁을 근절하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그래야만 한다. ‘우병우 사태’ 와중에서 불거져 나온 모 유력 언론사 주필의 접대성 초호화 출장 논란을 지켜보면서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이런 접대성 출장이 위법이냐 아니냐를 떠나, 또 그것이 논조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떠나 그런 행위 자체가 직업윤리에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힘들다. 액수의 다과를 떠나 언론의 취재비용을 기업이 댄다는 것은 당연히 유착의혹을 부를 수밖에 없는 처신이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는 더치페이가 너무 각박해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인간관계를 유연하게 만들어 주고 오래 지속시켜 준다. 더치페이의 각박함과 쌀쌀함에 익숙해질 때 그 사회는 좀 더 깨끗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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