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잔의 초대/ 배영서 한미정신건강협회 회장ㆍ컬럼비아 교육대학원 교수
자폐 아들 직접 가르치기위해 특수교육 전공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재단 10월말 출범예정
사회성 부족한 아이들에 자립성 심어주고파
정신건강 교육과 서비스 관련정보, 뉴욕한인장애가족 네트웍 등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장애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배영서 한미정신건강협회 회장,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삶,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누구나 멤버 가능
지난 12일 한국 대구에서 열린 ‘정신장애인의 삶’, ‘정신보건법’ 토론회에 참여하여 ‘미국의 정신건강 시스템’에 대해 강의한 후 21일 뉴욕으로 돌아온 한미정신건강협회(The Korean American Behavioral Health Association) 회장 배영서, 먼저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본다.
“2011년부터 현재 컬럼비아대학 교육대학원에서 특수교육 개론 등 2~3과목을 강의했고 퀸즈칼리지와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강의했다. 오는 16일 협회 회장 이취임 행사에서 김명진 신임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새로운 일에 집중하려 한다.”
뉴욕 한인사회는 지난 몇 년간 자폐장애 및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게 되었는데 이는 한미정신건강협회가 열심히,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다.
2001년 창립된 한미정신건강협회(창설자 이파자)는 원래 정신과 임상전문인의 모임이었고 초창기 멤버 중에는 교육자가 없었다. 그러다가 심리학 및 특수교육 대학교수들이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지난 2013년 뉴욕주 정부 그랜트로 플러싱 병원에서 열린 발달장애 컨퍼런스에 한인 150명이 모이는 이변이 일어났다.
원래 집안에 정신병 혹은 자폐아가 있으면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한국인 정서와 달리 이 날 장애아 와 그 가족들이 뉴저지, 커네티컷 등 각지에서 물려든 것이다. 이날 모인 사람들이 뉴욕한인장애가족연대로 결집했고 네트워킹을 시작했다. 그때 모인 이들이 협회의 멤버로 남았고 현재 500명 이상이 네트워킹 한다.
“우리 협회는 임상사회복지사, 대학교수, 직장인 등 정신건강 전문인 모임이었다. 최근에 젊은 자원봉사자 15~20명이 모이면서 누구든지 정신건강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멤버가 되게 협회를 오픈했다.”
배영서는 2012년 부회장으로 2년, 2014년 제9대 회장으로 봉사하며 많은 일들을 해왔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정기모임과 교육프로그램, 발달장애국 서비스 관련 정보 등을 수시로 알려주면서 한인사회 정신건강 캠페인을 벌이고 1.5세와 2세 정신건강 전문인 진출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 확대에도 주력해왔다.
한인사회 이민연륜이 길어지고 점차 한인이 늘면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수요도 나날이 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 정보 및 전문인은 여전히 부족하다.
“모든 정신장애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이민사회에 새로운 미션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경영에서 특수교육으로
배영서는 1966년 섬유업에 종사하는 부모님의 1남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1989년 이화여대에서 경영학 학사를 받았고 도매업체와 대형 회계법인에서 일하다가 1989년 12월 미국으로 이민 왔다.
그는 1993년 결혼한 배근일 전문의와의 사이에 아들 유진(20), 대빈(17)을 두었다. 현재 장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업학교에서 직장을 찾는 중이고 차남 대빈은 올 여름방학동안 탈북자들에게 영어강습 봉사를 하는 국제경제개발(NGO)에서 일했고 12학년생으로 대학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들 유진이가 18개월 되었을 때 행동 장애인 것을 알았다. 2살 정도되면 말을 시작하는데 아이가 말을 하지 않았다. 특수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자폐ㆍ정신장애라 단정받았다.”
그는 충격을 받지는 않았으나 보통 이럴 때 엄마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아이가 그리된 것이 아닌가하는 자책감을 갖게된다. 그는 직장에 나갈 엄두도 못내었고 아이에게 매달려 뉴욕주 정부가 제공하는 자폐아 조기교육을 시작했으나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안되겠다. 내가 알아서 내가 가르친다”고 결심했다.
1993년 뉴욕대 대학원 비즈니스 경영학 석사를 받았던 배영서는 특수교육으로 전공을 바꾸고 열공에 들어갔다. 2006년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 칼리지 특수교육 석사, 2012년 컬럼비아 대학원 특수교육 석사, 2013년 컬럼비아 대학원 특수교육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7년 브루클린 특수교육학교(League)에서 1년 반 일했고 2007년부터 컬럼비아 교육대학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지적장애와 자폐를 연구해 왔다.
미국도 60년대까지만 해도 자폐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어 혼자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그저 정신병으로 진단했다. 브루클린 의과대학 정신과의 필드 스쿨로 시작된 리그 센터가 시초로 70년대에 자폐증이 인식되고 최근에는 전문적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역통합개발연대(CIDA)
배영서는 한인사회에 새로운 미션을 시작했다.
“우리 유진이가 중학교 갈 때부터 생각해 온 일이다. 스태튼 아일랜드에 살다가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서 발달장애 프로그램을 따라 롱아일랜드로 이사를 왔다.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내가 없어지면 돌보는 이 없이 우리 애는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소셜연금과 장애 서비스로 최소한의 목숨은 유지한다지만 남에게 끌려 사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의사 결정에 따라 사는 삶이어야 하지 않는가. 내 삶의 20년 후를 내다보면 15년간은 대학교수로 있을 것이고 대형 리서치를 3개 정도 하면 은퇴할 나이다. 그러나 내가 재단을 만들어 많은 이들이 호응하면 고립된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고
다같이 돕고 성장하는 터전이 마련된다. “
바로 지역통합개발연대(CIDA, Community Inclusion and Development Alliance )가 그것이다. “정신건강 교육프로그램을 계속하면서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품앗이가 되는 비즈니스를 하려 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가 연계하여 운영하는 농업협동조합 같은 것이다. 한인들의 재능기부로 사진기술이나 힙합댄스 등 아이들의 취미를 살리고 재미도 주려한다.”
현재 CIDA 이사를 모집 중이며 뉴욕주 펀딩을 받아 디렉터를 구한 다음 오는 10월전에 펀드레이징 행사를 치르고 10월말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그는 세 살때 잠든 아들을 보면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 ’ 싶어 한밤중에 세 시간동안 눈물 펑펑 흘리며 울었던 일을 결코 잊지 않은 것이다. ‘우리 유진이’ 라는 말에 엄마의 정이 뚝 뚝 묻어난다.
배영서는 남편에게 “ 나는 앞으로 돈을 쓸 테니까 당신이 버시오.” 하여 허락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사회적 활동에는 스태튼 아일랜드 대학병원 레지던트 시절부터 2002년 플러싱에 배근일 내과를 개업하여 지금까지, 남편의 외조가 컸다.
●한인사회가 함께 해야
“발달장애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데 한인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일 할 기회와 봉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한 자녀가 언어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장애를 가졌다고 해도 적절한 교육과 치료가 일찍부터 이루어지면 발달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
자폐성 장애인은 사회성이 부족해서 사회 적응에 특히 힘들어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섞여 생활하면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이 중요하다. 또 특별한 능력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들도 있다. 자폐아들에게 맞는 교육을 찾고 이들에게 선택과 기회를 주기 바란다.
배영서는 한인사회가 자연스레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더불어 사는 이민사회의 화합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인간적으로 부쩍 성장할 수 있는 선택과 기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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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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