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을 바라보거나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 뭔지는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친밀감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동물들은 개와 고양이, 아니면 소와 돼지 같은 가축들이었다. 우리가 요즘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랑이와 사자, 코끼리와 기린 같은 동물들을 가까이 두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왕뿐이었다. 인류 최초의 동물원은 이집트 히에라콘폴리스에 기원전 3,500년 세워진 왕실 동물원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주 문왕이, 유대에서는 솔로몬이 동물원을 지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알렉산더 대왕은 정복하는 곳마다 그 지역 고유 동물을 자신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보냈다고 한다.
로마 황제들도 동물을 좋아했지만 이는 콜로세움의 싸움판에 내몰기 위해서였다. 칼리굴라 집권 시절 하루에 400마리의 곰이 그 안에서 싸우다 죽은 적이 있었으며 네로 집권 때는 400마리의 호랑이가 황소와 코끼리와 싸운 적이 있었다.
일반인을 위한 현대적 의미의 동물원이 처음 탄생한 곳은 런던이다. 1826년 스탬포드 래플스는 런던 동물학회를 창립하고 2년 뒤 리전트 공원에 런던 동물원을 세웠다. 동물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주목적이었지만 1847년에는 일반에 공개됐다. 1853년 세계 최초의 수족관이 문을 연 곳도 런던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동물원은 ‘동물을 가둬놓고 보는 곳’에서 ‘동물을 자연 환경에 가까운 곳에 살게 하며 보호하는 곳’으로 인식이 점차 바뀌게 된다. 이를 눈으로 보여준 곳이 1907년 칼 하겐벡이 함부르크 인근에 세운 티어파크 하겐벡 동물원이다. 이 동물원은 우리를 없애고 해자 등을 이용해 동물 거주 환경을 자연에 가깝게 하도록 노력했다. 그 이후 세워진 동물원들은 모두 그의 정신을 이어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제 세계에 동물원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지만(평양에도 작지만 동물원이 있다고 한다) 정말 정상급 동물원은 많지 않다. 수많은 동물들을 먹이고 돌보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유럽 최대 동물원으로 꼽히는 베를린 동물원,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동물원, 미국에서는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 그리고 샌디에고 동물원 등이 이 그룹에 속할 것이다. 싱가포르 동물원은 일반 동물원에 야행성 동물을 위한 ‘나이트 사파리’, 하천 서식 동물을 위한 ‘리버 사파리’, 열대 조류만을 모아놓은 ‘버드 팍’ 등 다양하고 훌륭한 시설을 자랑하고 있지만 너무 먼 것이 흠이다.
그런 면에서 동물을 좋아하는 남가주 한인들에게 샌디에고 동물원이 인근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총 650종, 3,700마리의 동물을 자랑하는 이 동물원은 규모로도 미 최대일 뿐 아니라 최근 문을 연 코알라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끊임없는 변신으로 손님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멸종 위기에 놓인 아프리카 코뿔소의 번식 등 동물 보호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원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지만 아프리카와 남미의 동물 서식지가 나날이 파괴되고 있는 지금 이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동물원마저 없애는 것은 멸종을 앞당기는 어리석은 일이다.
올해는 남가주의 보물 샌디에고 동물원이 탄생한지 100년이 되는 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번 주말 아이들과 이곳을 찾아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동물 보호에 일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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