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ce Sutphen (1949- )
▶ 임혜신 옮김
헛간의 집 더미 속, 노란 불빛 아래서
아버지와 나는 길 잃은 개를
만났어. 우리는 한동안 함께 살았지
‘팰, 친구’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지.
무척 잘 따랐고
동화책 속의 개 같았으니까
지금도 내 발밑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아. 머리를 한쪽으로 약간 기울이고
어깨는 반듯하게 뒤로 젖힌 채
또 하루 심심한 날을 견디던
날씬한 사냥개 같던 녀석, 막대기를 주워오거나
6살짜리와 악수를 하는 것 보다,
야성적이었어.
떠돌이 개였다고 생각해
어느 날 , 팰은 떠나 버렸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의 집, 그의 밥그릇, 저녁 식사 뼈다귀; 그 무엇도
그를 묶어놓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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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개를 데려다 ‘친구’라 이름하고 따스하게 돌보아 주었지만 어느 날 개는 소녀를 버리고 달아났다. 주인을 버렸으니 배신이라면 배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야성을 가진 떠돌이 개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자신의 삶을 찾아간 것일 뿐이다. 위험한 자유가 그의 본능이었으니까. 개가 떠난 뒤, 그대로 놓여 있는 밥그릇을 쓸쓸히 바라보며 소녀는 일찍이 사랑의 깊은 곳에 이별이 있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사랑이란 결국 일방적인 것이며, 이별이란 뒤에 남아 오래 오래 서성이는 불가해한 아픔이라는 것도.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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