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국에선 산동네는 가난의 상징이었다. 보통 때도 오르내리기 힘들지만 겨울에 눈이라도 오는 날엔 길이 미끄럼틀이 되기 일쑤였고 수압이 낮아지면 수도물도 잘 올라오지 않아 불편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반면 남가주에서는 산동네는 부의 상징이다. 길도 잘 나 있는데다 차로 다니기 때문에 올라갈 걱정, 물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베벌리 힐스를 비롯해 언덕 이름이 들어간 곳은 대체로 집값이 비싼 동네다.
그러나 언덕까지는 모르겠지만 산 쪽에 가까운 곳에 집을 사는 것은 요즘은 재고해 볼 문제다. 산불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도 산불이 심했지만 올해는 이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들어 가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미 3,800건이 넘는다. 우기가 시작되는 12월까지 석 달 이상 남은 것을 감안하면 4,000건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올해 산불이 이처럼 난리인 것은 역설적으로 작년 겨울부터 엘니뇨로 북가주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다. 수년 가뭄으로 숨죽이고 있던 잡초가 일제히 싹을 틔우며 자라났는데 이제 이들이 말라버리며 좋은 땔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수년간 가뭄과 병충해로 죽은 나무가 가주 내 6,600만 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연방 산림청은 추산하고 있다. 작년보다 2배가 늘어난 수치다. 불이 한번 나면 크게 날 수밖에 없다. 현재 남가주 샌버나디노 ‘블루컷’ 산불을 포함 6개 지역에서 아직도 불이 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건물 수백 채가 타고 여러 명이 죽고 다쳤다.
이 중에는 빅터 밸리 필랜 일대에서 농장을 하고 있는 한인들 20여명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과거에도 산불 피해를 당한 적이 있어 화재 보험 대상서 제외됐으며 남은 모기지만 물어주는 정부 보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남가주의 가뭄과 이로 인한 산불 확산이 얼마나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겨울 초대형 엘니뇨로 좀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실제로 남가주에 뿌린 비는 예년 평균에도 못 미쳤다. 일부에서는 지난 20~30년간의 강우 패턴이 오히려 예외적인 것이고 100년 이상 길게 볼 경우 지금처럼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원인의 52%는 등산객 등에 의한 실화고 15%가 방화며 벼락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발화는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라 네바다에서 일어난 화재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013년 ‘림’ 산불도 사냥꾼의 실화가 원인이었다. 방화와 실화만 막아도 산불의 2/3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산에 갈 때는 가급적 불을 피우지 말고 일단 피운 다음에는 완전히 꺼졌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역시 사람은 산이 아니라 평지에 살아야 하나 보다. 요즘 같이 가물 때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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