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헬스클럽에서 한국인과 일본인과 백인들 사이에 작은 논쟁이 있었다.
일본인 친구가 “왜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일본사람을 미워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어. 우리 일본인들의 아들들이 한국을 돕느라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는데”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K-Beauty와 태권도와 한식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자칭 ‘친한파’인 백인 친구가 침을 튀기면서 “홀로코스트 몰라? 그거랑 같은 거야.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고 위안부라는 문제도 있잖아”라며 따졌다.
그 자리에 있던 한국인은 말도 안 되는 일본인 친구의 망언에 충격을 받아서 “위안부도 그렇고 2차 대전도 그렇고 최소한 진심어린 사과는 해야지”라고 짧게 답하고 그날의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내가 있었다면 그렇게 간단히는 안 끝났을 논쟁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친구는 다행히 자기를 대신해 대한민국의 아픔과 고통을 대변해 준 친한파 미국 친구 덕에 망언에 대한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각자 조국을 사랑한다. 하지만 어떤 계기가 있어서 다른 나라를 마치 조국같이 아끼는 경우가 있다. 미얀마와 베트남에 봉사를 다녀온 후로 나는 병원에서 그 나라에서 온 환자를 보면 저절로 그들에게 더 신경을 썼다. 말레이시아에 그저 2주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건데도 누군가가 신혼여행으로 인도네시아를 간다고 하면 말레이시아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그러기에 나처럼 다른 이들이 친한파가 되어 서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다.
웨체스터는 미국에서 세금이 아주 높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높은 세금만큼 교육열도 봉급도 사회적인 지위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곳에 사는 우리는 이곳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한국을 제대로 알고 느끼도록 그래서 친한파가 되게 이끌어야 한다.
일본이 동양의 나라 중 처음 서방국가에 개방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신비하고 고급스러운 동양문화로 이미지 만들기를 했다. 그러기에 일본은 2차 대전의 주범이면서 진주만을 습격하고도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 뒤로 숨어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피해간다. 스시는 고급 음식이 되고 일본의 전범기는 디자이너들의 단골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나치 문양을 티셔츠에 사용하면 미친 사람이 되지만 전범기를 사용하면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된다.
웨체스터에 있는 많은 한국 엄마들이 각 학교의 행사 때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 목적으로 올 여름방학에 에지몬트 선생님 한 분이 세종캠프를 통해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 내년에도 선생님을 보내기 위해서 엄마들이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 한국 역사와 전통과 정을 직접 보고 배우고 느끼고 오면 그들의 말과 가르침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이 묻어져 나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혜택은 미국 땅에서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자부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그런 가르침을 받은 다른 인종의 아이들도 역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간접 체험하면서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을 좀 더 친근하게 여길 수 있다.
대한 독립이 이루어진 지 71년째다. 하지만 71년이나 지나도록 일본과의 관계는 여전히 지저분하다. 세계무대에서 독도를 뺏길 지경이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아베의 망언에서 돌보지 못한다. 내가 진실을 알더라도 늘 강자와 다수의 편에 서는 역사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한다. 이처럼 복잡한 관계 속에서 헬스클럽의 친한파 백인 친구와 같은 아군을 많이 만드는 것도 전략이다. 내일은 백인 친구와 맛있는 순두부를 먹으면서 고맙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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