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를 시작한지 두어 달이 되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해오긴 했는데, 혼자 하다 보니 좀 지루해지는 것 같아서 필라테스도 함께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 가서 한시간씩 수업에 참여한다.
처음 1~2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뻐근해 왔다. 그런데 두달 쯤 하고 나니, 처음엔 살 떨리던 동작들도 조금은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시적인 변화는 크지 않지만 왠지 몸이 좀 더 탄탄해 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을 들을 때면 항상 드는 생각은 “저렇게 몸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면 참 좋았겠다” 라는 것이다.
자신이 갖지 못하고,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런 생각이 더 자주 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직업으로 삼기엔 분명 늦은 듯하다. 여하튼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내 평생 너무 머리만 쓰고 살아온 시간에 대한 반작용인 것 같다.
공부와 일.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고 할 정도로 하루 종일 앉아서 머리로 해왔고, 일도 사무직만 해왔으니 낮에 햇볕을 쬘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머리와 입으로만 한다.
수많은 업무 이메일과 회의들. 하루 종일 예민하게 과부하가 걸린 뇌는 긴 업무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그래서 피곤한 하루를 마쳐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많다.
그렇게 반평생을 살고 보니, 이제는 몸보다 머리를 쓰는 일에 익숙하다. 그래서 일주일에 2~3일 헬스클럽에서 유산소 운동이나 근육운동을 하거나, 필라테스를 할 때가 그런 내 머리를 잠시 식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특히 필라테스를 하는 동안은 안 쓰던 근육을 쓰고, 생각이 들어차기 어려울 정도로 몸에 집중해야 하기에 정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명상을 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내게 명상은 생각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서 몇 년 전 시도하다가 그만두었다.
필라테스는 그렇게 내게 머리가 아닌 몸에 집중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몸과 머리, 내용과 형식처럼 서로 규정짓는다. 그 둘을 균형 잡히게 쓸 수 있는 법을 더 일찍 터득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직업 선택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몸을 써서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필라테스 강사, 춤 선생 등등.
한국의 어느 유명한 소설가는 20대 중반부터 글쓰기와 요가를 함께 해왔고, 30대 중후반에는 전문 요가 강사도 겸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 전에 들었던 그 이야기가 당시에는 생소했는데, 지금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겠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루도 달리기를 쉬지 않는 것처럼, 머리를 쓰는 일을 하더라도 몸의 움직임과 활동 없이는 오랜 시간 지속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래서 운동 시간을 늘리고 필라테스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지금부터라도 몸과 머리의 균형 잡힌 사용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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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소셜네트웍 광고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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