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아랑곳 않은 채 자녀의 미국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아이를 출산하는 이른바 ‘원정출산’이 갈수록 늘고 있다. 본보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으로의 원정출산에 나서는 한국 엄마들이 매년 5,000명 정도에 달하며 이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만 연간 2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원정출산이 시스템에 의해 ‘산업화’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원정출산은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주는 자동 시민권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편법으로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한 행위다. 불법은 아닐지라도 고운 시선을 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능력과 여건이 되는 부모라면 가능한 한 미국 같은 나라의 시민권을 자녀에게 안겨주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한국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이런 욕구가 더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부별한 원정출산은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실제로 원정출산이 한인뿐 아니라 중국 등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도 붐을 이루자 연방정부와 의회는 규제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 자동 시민권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보수층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번 공화당 대선전에 나섰던 젭 부시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아시안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이런 주장과 당국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헌법을 고치지 않는 한 자동 시민권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원정출산처럼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은 눈에 많이 뜨일수록 더 큰 사회적 반발과 규제를 불러오게 돼 있다. 산업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원정출산은 세계적인 고립주의 확산 속에서 점차 기승을 부리는 미국 내 반이민 정서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다. 자동 시민권 제도의 폐지는 아닐지라도 이민 자체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다른 이민정책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원정출산으로 자녀에게 안겨주는 시민권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특히 아이들이 자란 후 국적이탈 신고를 할 때 원정출산으로 드러나면 신고가 거부된다. 원정출산 시민권에만 기댔다가는 자칫 인생 플랜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너무 쉽게 추세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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