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 또 산불이 발생했다. 이번엔 한인농장들을 포함한 수 백 채 인가까지 덮쳤다.
지난 6월부터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금년 캘리포니아 산불은 현재도 최소 8군데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15번 프리웨이 인근 카혼패스 ‘블루컷 산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베테랑 소방관들도 이처럼 거세고 빠른 속도의 산불을 본 적이 없다고 놀랄 정도로 맹렬하게 번지고 있다. 발생 사흘째인 18일 오후 현재 3만1,600에이커를 태운 이번 산불의 피해 규모는 아직 확실치 않다. 8만2천명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상당수 주택과 농장들이 전소되었다는 미확인 소식들이 불안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뜨겁고 건조한 여름과 짧은 겨울의 남가주는 원래가 산불위험 지역이다. 피해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해마다 발생한다. 전에는 샌타애나 강풍이 음산하게 불어 닥치는 10월 인디언서머 무렵에 많이 발생했는데 이젠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산불시즌의 시작도 초여름으로 앞당겨진 듯하다. 사실 산불 자체는 생태계 순환을 위한 자연현상이다. 잡목과 덤불을 정리하고 새로운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자정기능에 속한다. 문제는 이 와중에서 발생하는 인명과 재산 피해다.
블루컷 산불이 우리에게 더욱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한인들의 피해가 많기 때문이다. 불길이 덮친 필랜지역은 남가주 속 ‘한인들의 농촌’처럼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1990년대부터 LA도시를 떠난 한인들이 허허벌판에서 밭 갈고 씨 뿌리며 사과나무 배나무 심고 꿀벌도 치며 농장과 과수원을 일구기 시작한 곳으로 이제는 200여 가구 500여명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는데 “숟가락 하나 건질 게 없이” 집과 농장이 잿더미로 변했다는 한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화재지역 접근이 불가능해 피해여부를 확인조차 못하는 한인들도 상당수다.
아직은 맹렬히 타고 있지만 머지않아 불길은 잡힐 것이다. 소방관들도, 취재진들도 각자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삶터를 잃은 피해자들의 투쟁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한인커뮤니티의 따뜻한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전해진다면 그들은 허허벌판에 씨를 뿌려 농장을 일구었듯이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폐허에도 새로운 희망을 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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