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란 말이 자주 들린다. 번역하면 체제변화, 정권교체라고 할까. 그러나 그보다는 정권전복, 체제전복이란 의미가 더 짙게 묻어있다.
이 레짐 체인지란 단어는 미국 역사의 초창기부터 등장한다. 18세기 말, 그러니까 그때만 해도 신생독립국이었던 미합중국은 해군이 없었다. 그 미국에 골칫거리가 생겼다.
독립이전 미 상선들은 영국해군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독립 후 그 보호가 사라지면서 지중해지역과 통상을 하던 미 상선들은 북아프리카 바버리국가들에 거점을 둔 해적들의 주 노략대상이 된 것이다.
오늘날의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가 바로 그 국가들로 이 이슬람 해적들은 미국 상선을 나포하고 기독교도인 선원과 승객들을 노예로 팔아넘기는 등 그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해군도 없는 미합중국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몸값을 지불하고 노예가 된 미국시민의 석방을 구걸하는 정도였다. 해적들이 요구해온 몸값이 급기야 당시 국가 예산의 !0%가 넘기에 이르면서 미국정부는 모종의 결심을 굳히게 된다.
무력응징이다. 이와 함께 해군이 창설되고 제 3대 제퍼슨 대통령은 신설 해군함대를 파견, 해적 소탕에 나선다. 동시에 비밀리에 추진된 것이 레짐 체인지 전략이다.
이슬람 해적의 본거지격인 트리폴리의 지배계급에 불화가 생겼다. 당시 트리폴리의 파샤 유사피 카라만리는 형 해밋 카라만리를 내쫓고 권좌에 오른 인물이다. 그 사실을 알고 미국은 형 해밋을 지원해 아예 체제를 뒤엎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 것.
이 비밀 전략에 따라 치러진 것이 데르나 전투다. 이 전투에서 결정적 승리를 함에 따라 미국은 결국 트리폴리로부터 미국 선박의 자유항행보장을 이끌어 낸다.
그 레짐 체인지란 단어가 요즘 자주 들먹여지는 곳은 중국이다. 한국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을 놓고 경제보복을 가하자는 엄포로 성이 차지 않았는지 이제는 대놓고 레짐 체인지 협박이다.
그 중의 하나가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에 올린 중국의 한 관변학자가 올린 글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난세’(亂世)를 맞고 있는데다가 사드문제로 돌아올 길이 없어진 만큼 레짐 체인지가 필요하다는 거다.
거기다가 하나 더 곁들인 것은 ‘한국 정부가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고 사드배치 결정을 한 것은 민주국가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관이다. 공산당 1당 독재체제의 관변학자가 민주주의 위기를 운운한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거기다가 연일 한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중국관영매체의 여론몰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도무지 무지하기 짝이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것은 반(反)중국 정서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만이 유일하다싶은 중국의 친구다. 그 중국이 어설픈 한국 때리기로 한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국내 인권상황. 거기다가 시대착오적인 해외정책은 스스로 레짐 체인지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베이징 당국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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