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부실 준비로 숱한 논란을 낳은 리우올림픽이 드디어 5일 개막된다. 경기장과 선수촌 시설, 그리고 브라질의 치안 등 리우올림픽 여건은 사상 최악이다. 일단 올림픽의 막이 오르면 이런 우려는 경기장 열기에 많이 묻히겠지만 리우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근본적 문제점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실속 있고 안정감 있는 올림픽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보다 광범한 도시들에서의 보다 화려한 올림픽을 추구할 것인가 사이의 선택이다.
이번 리우올림픽 준비과정을 통해 IOC는 상당한 좌절감을 맛보았던 것 같다. 일부 언론들은 IOC가 향후 조금이라도 불안정한 조짐을 보이는 도시에서는 올림픽 개최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리우올림픽에 완전히 데었다는 말이다.
IOC가 지난 2009년 리우를 남미의 첫 올림픽 개최도시로 결정한 데는 모험적인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기대를 완전히 빗겨갔다. 리우올림픽은 IOC의 골칫거리로 전락했으며 이런 좌절감은 앞으로 개최지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IOC는 아프리카나 인도 같은 곳에서의 올림픽을 생각해 왔지만 리우 때문에 이런 포부는 완전히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리우올림픽의 수난은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LA에 더할 수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IOC의 기본방침이 “향후 개최지는 성공을 보장하는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LA는 이런 요건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이미 올림픽을 두 번이나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는데다 시설 면에서도 이미 준비가 돼 있는 도시다.
파리와 로마, 부다페스트 등과 함께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LA시의 에릭 가세티 시장은 25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지난 달 31일부터 리우를 방문,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는 LA에 상당히 우호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리우올림픽이 결정됐을 때 브라질 경제는 높이 비상하고 있었다. 호황은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보이고 브라질의 선진국 진입 또한 머지않은 것 같은 낙관적 분위기 속에서 리우는 올림픽 개최권을 가져갔다. 그러나 이후의 상황은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경제가 추락하면서 브라질은 제 몸 하나 지탱키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올림픽 준비가 제대로 됐을 리 없는 건 당연하다.
캘리포니아 경제가 지금은 살아나고 있지만 수년 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자신감 과잉은 금물이다. 낙관적인 전망보다는 조심스런 예측에 의거해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대회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리우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올림픽은 사회문제를 일시에 해소시켜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브라질은 올림픽이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위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리우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은 LA에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리우를 제대로 교훈삼지 못한다면 LA올림픽을 개최한다 해도 그것은 시민들의 재정부담과 교통 불편만을 가중시키는 짜증나는 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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